사생결단이다. 다음 경기를 볼 수 있는 여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포스트 시즌 무대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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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끔 정석을 벗어나는' 그 수비가 발목을 잡았다. 29일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잠실구장. 삼성은 1-3으로 뒤지던 6회 어이없는 수비 실책으로 2점을 헌납하며 그대로 패했다. 상대 불펜진을 감안할 때 경기 후반 뒤집기를 노려볼만 했지만 점수 차가 벌어지며 백기를 들었다.
6회말 1사 만루. 삼성 두 번째 투수 심창민은 '가을'에 펄펄 날고 있는 허경민을 2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허경민은 볼카운트가 1B2S로 몰리자 바깥쪽 낮은 직구에 엉거주춤 방망이를 냈다. 그런데 공을 잡은 나바로가 4(2루수)-6(유격수)-3(1루수)로 병살 플레이를 시도하지 않고, 4-4-3 병살을 노렸다. 당시 삼성 유격수 김상수는 2루 베이스 부근에서 토스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나바로가 이를 외면했다. 누가 봐도 의욕만 앞선 무리한 플레이.
결국 사달이 났다. 나바로는 2루 베이스를 밟는 것과 동시에 점프했고, 곧바로 몸을 90도 틀어 송구했지만 1루수 채태인이 잡을 수 없는 곳으로 공이 날아갔다. 채태인은 뒤로 빠지는 것을 막고자 몸을 던졌지만 애초부터 포구는 무리였다. 3루 주자 오재일은 물론, 2루 주자 김재호도 홈인. 양 팀의 점수는 1-5로 벌어졌다.
물론 나바로가 평소 이런 플레이를 자주 하긴 한다. 8회에도 오재원의 땅볼을 백핸드로 잡아 몸을 틀어 송구했듯 스스로 편하게 느낀다. 그러나 허경민의 타구는 공을 잡기 직전 바운드가 한 번 크게 튀었다. 나바로의 생각과 달리 뒤로 물러나면서 공을 잡았야 했고, 2루 베이스를 밟는 데까지도 4스텝이나 사용해야 했다. 여기서 만약 나바로가 순간적으로 4-4-3 병살 플레이를 하려는 계획을 틀어 김상수에게 토스를 했다면…이닝은 그대로 종료되고 이날 흐름도 달라질 수도 있었다.
잠실=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