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추신수는 오타니의 직구를 칠 수 있을까

기사입력 2015-11-20 06:34


1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프리미어 12 준결승 일본과 한국의 경기가 열렸다. 일본 선발투수 오타니가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도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1.19.

'당장 메이저리그에 진출해도 1선발.'

이번에도 타자들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160㎞가 넘는 강속구, 예리하게 떨어지는 포크볼, 전혀 대비하지 않은 슬라이더까지.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의 피칭은 완벽했다.

오타니는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한국와의 프리미어 12 준결승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85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삼진이 무려 11개였고 2회 선두 타자 이대호에게 몸에 맞는 공 1개를 허용했을 뿐이다. 한국 선수들은 개막전인 8일에도 6이닝 2안타 10삼진 무득점으로 묶였기 때문에 "똑같이 당할 수 없다"고 각오를 다졌지만 쉽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당장 빅리그에 뛰어들어도 에이스 역할을 할 선수"라고 오타니의 기량과 구위에 혀를 내둘렀다.

기본적으로 빠른 공 대응이 쉽지 않았다. 열흘 쉰 오타니는 힘에 넘쳤고 직구는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 했다. 대표팀 내에서 컨택 능력이 가장 뛰어난 김현수가 3연타석 삼진을 당할 정도. 우리 선수들은 의도적으로 초구 직구를 노리고 야무지게 방망이를 돌렸지만, 역시나 밀렸다. 뻔히 알고도 외야로 보내지 못하는 공이 오타니의 직구였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득 드는 생각. 이번에 대표팀에 승선하지 않은 두 명의 메이저리거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라면 오타니의 속구를 받아칠 수 있을까.

일단 160㎞ 직구를 낯설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대회 대표팀 선수들처럼 맞히는 데 급급한 타격은 없다는 얘기다. 강정호는 특히 올해 빅리그에서 100마일(161㎞)짜리 공을 잡아 당겨 2루타를 친 경험이 있다. 그것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진다는 신시내티 레즈의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의 직구였다. 그는 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특급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을 상대로 홈런까지 때렸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이었다.

올해 강정호는 95마일(153㎞)이 넘는 '강속구 타율'이 4할4푼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이다. '강속구 장타율'도 무려 6할6푼이나 된다. 그는 시즌 전만 해도 기대보다 우려를 많이 받았지만, 빠른 공에 금세 적응하면서 신인왕 3위라는 성과까지 올렸다. 오타니가 강속구만으로 윽박질러 범타 처리할 수 있는 타자가 아니다.

추신수는 20타수 이상을 소화한 타자 중 '강속구 타율'이 4할로 강정호에 이어 2위다. 백스윙이 짧고 방망이 헤드가 간결하게 나와 빠른 공에 원래 강점이 있다. 그는 여기에 후반기 '미친' 타격감을 뽐냈다. 전반기 타율 2할2푼1리에 11홈런, 38타점을 기록하다가 후반기에는 타율 3할4푼3리, 11홈런, 44타점을 쓸어 담았다. 워낙 페이스가 좋아 '괴물' 오타니라고 해도 정면 승부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오타니가 강정호, 추신수에게 직구만 가지고 승부할 리는 없다. 그는 중심 타선일 수록, 변화구 구사율을 급격히 늘리는 투수다. 이날도 이대호가 타석에 서면 초구로는 무조건 변화구를 던졌다. 이대호는 "일본리그에서 맞붙었을 때보다 더 좋은 공을 던졌다. 정말 죽기살기로 던졌다"고 했다.


어쨌든 2경기 연속 속수무책 당한 한국 타선이지만, 메이저리거가 투입되면 경기 분위기는 또 달라질 수 있다. 빠른 공에 절대적으로 강한 강정호, 추신수의 존재는 오타니의 거의 완벽했던 투구 밸런스를 흔들리게 했을 공산이 크다.

여기서 2005년 시카고 화이트 삭스에서 뛰며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낀 이구치 다다히토(지바 롯데)의 말을 빌려보자. 그는 한국과 일본의 개막전을 보며 이 같은 말을 했다. "오타니는 기본적으로 직구가 160㎞까지 나오지만 헛스윙을 빼앗을 만한 속구는 아니다. 중심 타선을 상대로는 거의 속구를 던지지 않는다. 단 포크볼은 신인 때보다 좋아졌다. 올 시즌 포크볼 제구는 기가 막혔다." 전 메이저리거에게 이런 평가를 받는 오타니의 공이라면 추신수, 강정호는 충분히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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