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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메이저리그에 진출해도 1선발.'
기본적으로 빠른 공 대응이 쉽지 않았다. 열흘 쉰 오타니는 힘에 넘쳤고 직구는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 했다. 대표팀 내에서 컨택 능력이 가장 뛰어난 김현수가 3연타석 삼진을 당할 정도. 우리 선수들은 의도적으로 초구 직구를 노리고 야무지게 방망이를 돌렸지만, 역시나 밀렸다. 뻔히 알고도 외야로 보내지 못하는 공이 오타니의 직구였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득 드는 생각. 이번에 대표팀에 승선하지 않은 두 명의 메이저리거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라면 오타니의 속구를 받아칠 수 있을까.
추신수는 20타수 이상을 소화한 타자 중 '강속구 타율'이 4할로 강정호에 이어 2위다. 백스윙이 짧고 방망이 헤드가 간결하게 나와 빠른 공에 원래 강점이 있다. 그는 여기에 후반기 '미친' 타격감을 뽐냈다. 전반기 타율 2할2푼1리에 11홈런, 38타점을 기록하다가 후반기에는 타율 3할4푼3리, 11홈런, 44타점을 쓸어 담았다. 워낙 페이스가 좋아 '괴물' 오타니라고 해도 정면 승부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오타니가 강정호, 추신수에게 직구만 가지고 승부할 리는 없다. 그는 중심 타선일 수록, 변화구 구사율을 급격히 늘리는 투수다. 이날도 이대호가 타석에 서면 초구로는 무조건 변화구를 던졌다. 이대호는 "일본리그에서 맞붙었을 때보다 더 좋은 공을 던졌다. 정말 죽기살기로 던졌다"고 했다.
어쨌든 2경기 연속 속수무책 당한 한국 타선이지만, 메이저리거가 투입되면 경기 분위기는 또 달라질 수 있다. 빠른 공에 절대적으로 강한 강정호, 추신수의 존재는 오타니의 거의 완벽했던 투구 밸런스를 흔들리게 했을 공산이 크다.
여기서 2005년 시카고 화이트 삭스에서 뛰며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낀 이구치 다다히토(지바 롯데)의 말을 빌려보자. 그는 한국과 일본의 개막전을 보며 이 같은 말을 했다. "오타니는 기본적으로 직구가 160㎞까지 나오지만 헛스윙을 빼앗을 만한 속구는 아니다. 중심 타선을 상대로는 거의 속구를 던지지 않는다. 단 포크볼은 신인 때보다 좋아졌다. 올 시즌 포크볼 제구는 기가 막혔다." 전 메이저리거에게 이런 평가를 받는 오타니의 공이라면 추신수, 강정호는 충분히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