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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13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렸다. 넥센 선발투수 밴헤켄이 두산타선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목동=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15.1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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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구단과 일본프로야구 구단 내에 발생한 사상 최초의 이적료. 어떻게 봐야할까.
일본 산케이스포츠는 세이부 라이온즈가 넥센 히어로즈에서 뛴 밴헤켄(36)을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양 구단이 보유권 양도에 합의했고, 공식 계약이 곧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스포츠조선은 23일 "퍼시피리그 한 구단이 밴헤켄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 날에는 그 구단이 2008년 우승 이후 정상에서 멀어진 세이부란 것도 밝혔다. 곧장 세이부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24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오늘 한국 프로야구 넥센과 외국인 선수 밴헤켄 소유권 양도에 대한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넥센은 세이부로부터 30만 달러의 이적료를 받는다. KBO리그에서 유례 없던 일. 그 동안 일본 구단이 국내에서 에이스 노릇을 하던 외인을 두둑한 자금을 앞세워 영입한 적은 많지만, 이적료를 지불하지는 않았다. KBO리그 규정상 외국인 선수와의 계약은 1년 단위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시즌을 마치면 외인들은 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된다. 국내에 남든, 해외 진출을 노리든, 방출이 되든, 겨우내 거취가 결정된다. 이적료가 필요한 신분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넥센이 이적료를 요구했고 세이부가 선뜻 OK 사인을 냈다. 넥센 관계자는 "수준급의 외인들을 일본 구단이 낚아채 간 게 벌써 여러 번이다.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해 우리 구단이라도 뭔가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이적료를 요구했다. 한데 그 쪽으로 바로 알겠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일종의 선례를 만들고자 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반대로 다년 계약에 따른 필연적인 이적료 발생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지난 겨울 넥센과 밴헤켄이 2년 계약에 합의했고, 내년에도 선수 보유권이 넥센에 있기 때문에 세이부가 이적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니퍼트(두산 베어스) 찰리(전 NC 다이노스) 등 밴헤켄 이전에 다년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진 선수는 모두 해외 무대로 진출하지 않아 이 같은 의견에 설득력을 더 한다. 만약 이들도 계약 기간 내 일본 진출을 노렸다면, 넥센과 마찬가지로 이적료를 받아낼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넥센 측은 "지난해 말 구두 약속을 했을 뿐이다. 다년 계약이 아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우리는 1년 단위로 계약을 한다. 올 시즌이 끝난 뒤 총액 120만 달러에 내년 시즌 계약도 마친 상태였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그 동안 밴헤켄이 우리 팀을 위해 헌신한 부분이 많다. 지난해에도 일본에서 관심을 받았지만 잔류했다"며 "이번에는 밴헤켄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설득이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우리 팀에서 다년 계약을 해줄 수 없지 않은가"라고 설명했다.
결국 사상 최초의 외인 이적료 발생 사건은, 내년이면 서른 일곱 살이 되는 밴헤켄의 의지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일부 주장대로 다년 계약을 했든, 넥센 주장대로 최근 재계약을 마쳤든, 이미 2016시즌 넥센 소속으로 확정된 그가 마음을 확 바꾼 것이다. 세이부는 120만 달러가 훌쩍 넘는 연봉에다 다년 계약을 제시하면서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간 일본 구단은 KBO리그 에이스라고 해도 자국 내에서 검증되지 않으면 과감한 베팅을 꺼렸지만, 밴델헐크(소프트뱅크) 이후 협상 자세가 달라졌다. 그리고 밴헤켄 입장에서는 언제 구위가 떨어져 은퇴할지 모르는 나이에, 이 같은 조건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앞서 다년 계약을 한 외인들은 왜 다른 리그에서 오는 러브콜에 응답하지 않은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다년 계약을 했기 때문에 그 기간이 끝날 때까지 이적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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