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늦게 시작해 가장 빨리 끝내는 넥센 '협상'

기사입력 2015-12-22 09:02


넥센 김하성(왼쪽)과 조상우가 첫 번째 만남에서 내년 연봉 계약을 마쳤다. 스포츠조선 DB.

지난 7일이었다.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2015 일구회 시상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각 구단 감독을 포함해 사장, 단장, 프런트가 참석했다.

시상식 직후 몇몇 구단 관계자를 만났다. 내년 시즌 연봉 협상에 대한 질문을 건넸다. 대부분 "진행 중"이라고 했다. 12월 초부터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는 얘기였다. 반면 "아직 고과 산정 작업이 끝나지 않았다.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한 구단이 있었다. 넥센 히어로즈였다.

하지만 가장 늦게 협상을 시작해 가장 먼저 결과물을 발표하고 있는 구단도 넥센이다. 속전속결 행보. 벌써 핵심 선수 5명과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타자 고과 1위 김하성은 17일 목동구장 사무실에서 구단 관계자와 만나 올 시즌 연봉 4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300%) 인상된 1억6000만원에 새 연봉 계약을 마쳤다. 300%는 2011년 손승락이 기록한 271.4%를 넘어선 팀 최고 인상률. 김하성은 올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140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511타수 148안타) 19홈런 89득점 73타점 22도루를 기록했다.

사실 김하성은 박병호와 유한준이 있었다면 타자 고과 3위였다. 하지만 이들이 각각 빅리그 진출과 FA 계약으로 팀을 떠났다. 구단은 주저 없이 그를 고과 1위 선수로 후하게 대우했다. 김하성은 처음 구단이 제시한 1억6000만원을 듣고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는 후문. 넥센은 다음날에도 주전 포수 박동원(6800만원→1억4000만원), 톱타자로 가능성을 내비친 고종욱(3100만원→7700만원)과 무리없이 합의점을 찾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투수 고과 1위 조상우, 홀드왕 출신의 한현희도 첫 만남에서 바로 구단 관계자와 악수하고 테이블을 접었다. 조상우의 내년 연봉은 6800만원에서 1억200만원 오른 1억7000만원, 한현희는 올해 2억3000만원에서 내년 3억원을 받는다. 한현희의 경우 22일 오른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이 예정돼 있지만 연봉 3억원 고지에 올랐다. 구단은 성공적인 복귀를 기대함과 동시에 그간 팀에 기여한 점을 인정했다.

이처럼 넥센은 화끈하다. 고척돔 이전, 박병호 포스팅 등으로 고과 산정 작업이 늦어졌지만 일사천리로 계약을 마무리하고 있다. 선수가 '버티기'나 '눈치작전'을 벌일 필요도 없다. 구단 관계자는 "다른 선수들과의 협상 과정도 나쁘지 않다. 이견이 있는 선수도 있지만, 액수에 큰 차이는 있지 않다"며 "서두르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끌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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