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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투수와 특정 타자 사이에 '천적' 관계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이승엽은 구대성에게 상당히 약했다. 이승엽은 구대성을 상대로 통산 51타수 6안타, 타율 1할1푼8리를 기록했다. 홈런은 1개 밖에 치지 못했고, 1997년에만 5안타를 쳤으니 구대성이 두려울 법도 했다. 구대성이 2001년 해외로 진출하면서 두 선수는 더 이상 만나지 못했지만, 지금도 이승엽은 "투구폼이 공을 숨기고 나오기 때문에 공략이 어렵다. 처음부터 자신감을 잃은 것 같다"며 고개를 젓는다.
레일리가 올시즌에도 테임즈와의 대결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롯데는 NC를 극복하기 힘들다. 롯데는 NC를 넘지 않고서는 가을 야구를 꿈꿀 수 없다. 레일리는 왜 테임즈에 약했을까. 레일리는 키 1m90의 장신에 체중 84㎏으로 다소 호리호리한 체형이다. 근육질의 테임즈를 상대하기에는 외형적 이미지는 강해 보이지 않는다. '기싸움'에서 지고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었다. 실제 레일리는 테임즈를 처음 만난 지난해 4월 14일 부산 경기에서 2타수 2안타 1볼넷을 허용했다.
그러나 투수와 타자는 어디까지나 구종과 볼카운트, 심리 싸움이다. 레일리는 직구 구속이 평균 140㎞대 중반에 슬라이더, 커브, 투심,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다양하게 던진다. 빠른 공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정교한 컨트롤과 볼배합을 앞세워 완급조절로 타자를 상대하는 투수로 분석된다. 굳이 비슷한 스타일을 찾자면 2011~2013년 LG 트윈스에서 던졌던 왼손 장신(1m95) 주키치를 떠올릴 수 있는데, 그와 비교해도 릴리스포인트가 밀리지 않는다. 테임즈가 왼손 투수의 바깥쪽으로 대각선을 그으며 파고드는 공에 약점을 보이기는 하지만 레일리가 바깥쪽으로 효과적으로 던진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테임즈와 만날 때마다 안타를 내주기 때문에 맞대결을 할수록 밀린다는 부담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한편, 조쉬 린드블럼과 함께 지난 1일 미국 애리조나주 캠프에 합류한 레일리는 3차례 불펜피칭을 소화했고, 2차 전훈지인 일본 가고시마에서 연습경기 등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