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거대 계약금 모순]연봉에 계약금 누락 왜?

기사입력 2016-02-15 17:43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KBO리그에선 왜 연봉에 계약금이 반영되지 않을까.

계약금은 FA(자유계약선수)와 신인 및 외국인선수가 구단과 계약할 때 발생한다. 그런데 KBO가 매 시즌에 앞서 구단들의 선수단 등록 자료를 종합해 집계, 발표할 때마다 계약금은 연봉에서 철저하게 누락되고 있다.

지난해말 역대 FA 최고액(4년 옵션 포함 96억원) 기록을 세운 박석민(NC)의 경우 계약금 56억원이 최근 KBO의 발표 자료에 포함되지 않았다. 발표 자료에 보면 박석민의 올해 연봉은 7억5000만원이다. 정우람(한화)의 경우도 총액 84억원 중 계약금 36억원이 빠진 채 연봉 12억원만 반영됐다.

계약금을 연봉에 녹이지 않는 건 KBO리그에서 이미 관행으로 자리를 잡았다. 구단과 선수들이 계약금을 연봉과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 구단들의 협의체 성격이 강한 KBO에서도 굳이 현재 방식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만 KBO에서는 구단에서 계약금을 연봉에 포함시켜 보내올 경우 그대로 집계해 발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시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연봉 개념과 산정 방식을 바꾸기 위해선 구단과 선수들의 의식 변화가 요구된다.


21일 충남 서산 한화이글스 2군 훈련장에서 선수들이 훈련에 임하고 있다. 한화 선수단은 지난 15일 일본 고치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한 선수들은 서산 2군 훈련장에서 몸을 만들어 전훈에 합류할 예정이다. 기자들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정우람.
서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1.21
지금까지 구단들은 FA 영입에 필요한 돈을 특별 예산으로 분류해 별개의 자금처럼 모그룹에 요청해 받아냈다. 대부분의 대기업 구단들이 그런 식으로 살림살이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FA 계약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계약금이 개인이나 팀 연봉 산정에서 누락되는 게 일반화됐다.

일단 구단과 선수 모두 목돈인 계약금을 연봉에 포함시킬 경우 연봉 액수가 올라가는게 부담스럽다고 한다. A구단 고위 관계자는 "선수는 자신이 많은 연봉을 받는다는 걸 좋아하지만 실제 받는 금액이 외부로 알려졌을 때 심적으로 큰 압박감을 갖는다. 구단은 FA 시장에서 철저하게 선수에게 끌려간다. 선수가 원하는 조건을 맞춰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선수들이 몸값에 비례해 올라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한 야구인은 "고액 연봉자들은 선수 신분을 넘어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 입장에선 1군 미등록시 발생하는 연봉 감액도 부담스럽다. 야구 규약 73조 2항은 '경기력 저하 등 선수의 귀책사유로 1군 엔트리에 등록하지 못한 경우 연봉의 300분의 1의 50%에 1군 미등록 일수를 곱한 금액을 감액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약금을 연봉에 포함시킨다면 경기력 부진으로 2군으로 떨어졌을 때 감액되는 액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선수는 계약금을 더 많이 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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