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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억7000만원은 어디로 갔을까.
그런데 자료를 들여다 보면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NC와 역대 최고액인 4년간 96억원(옵션 포함)에 계약한 박석민이 연봉 순위서 공동 12위로 밀려 있다. 계약금이 무시됐기 때문이다. KBO는 매년 1월31일 구단과 선수가 합의한 계약서를 일괄 제출받는데, 연봉 자료를 정리할 때 계약금은 제외한다. 계약금은 신인선수와 FA에게 발생한다. FA 계약서는 계약기간을 1년 또는 2년 이상의 형식으로 해서 작성되며 연봉과 계약금이 구분돼 명시돼 있다. 4년 계약을 하더라도 구단과 선수의 선택에 의해 1년 단위로 매년 제출하거나, 아니면 4년짜리 계약서를 제출하면 된다. 어떤 방식이든 계약금은 한 번만 명시하도록 돼 있다.
이 과정에서 계약금은 KBO가 산정하는 연봉 순위에서 제외된다는 이야기다. 오로지 연봉 항목에 기재된 금액으로 구단별, 선수별 연봉을 정리한다. 선수의 몸값, 즉 소득 수준을 공식적으로 알리는데 계약금을 제외한다는 건 모순이다. 연봉이나 계약금 둘다 선수들의 소득으로 세금이 따라붙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KBO는 계약금에 대해서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 겨울 FA 21명의 계약 총액은 766억2000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가운데 계약금은 323억7000만원으로 총액의 42.2%를 차지한다. 비상식적으로 높게 책정되는 계약금의 규모도 문제지만, 이것이 선수 몸값 순위서 빠지는 것 또한 비합리적이다. 총액중 계약금의 비중을 높게 잡으려는데는 선수와 구단 입장에서 각각 이유가 있다고 한다.
계약금은 보통 일시불로 지급된다. 구단 사정에 따라 여러 번에 걸쳐 받기도 하지만 선수들은 대부분 일시불을 원한다. 계약금 역시 연봉과 마찬가지로 선수의 사업소득으로 분류돼 정해진 세율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연봉 순위에 마땅히 포함되어야 한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박석민의 올해 소득은 연봉 7억5000만원이 다가 아니다. 가령 계약금을 4년에 걸쳐 나눠받는다고 가정하면 올해 받는 14억원을 합친 21억5000만원을 실질 연봉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계약금 20억원 포함, 4년간 84억원에 계약한 김태균의 올해 연봉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16억원이 아니라 21억원이다. 각 구단 상위 27명만을 따진 10개 구단의 평균 연봉도 KBO가 발표한 2억1620만원을 훨씬 상회할 것이다. 계약금을 포함해 4년간 보장된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선수는 지난해 3월 KIA로 복귀한 윤석민으로 22억5000만원이다. KBO가 발표한 연봉 자료는 실제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느껴질 수 밖에 없다.
FA 계약금이 다음 FA 자격이 생길 때까지 4년간의 보류권을 구단이 갖는 것에 대한 댓가로 해석해도 지금의 시장에서는 그 구조가 너무도 기형적이다. 계약금을 한번에 주든 나눠서 주든, 구단과 KBO가 선수들의 소득 수준을 보다 실질적이고 객관적으로 알리고자 한다면 계약금이 고스란히 포함된 몸값을 통계 자료로 남길 필요가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