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화, 반등의 열쇠는 '소통'이다

기사입력 2016-04-17 06:14


한화 이글스의 시즌 초반 위기 상황이 심상치 않다. 16일 현재, 2승10패로 최하위에 처져 있다. 반복되는 선발진의 붕괴 현상과 그에 따른 불펜 투수들의 소모적인 연투, 그리고 속출하는 실책과 타선의 결정력 부족 현상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 상태라면 현재보다 미래가 더 우려된다.


2016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LG트윈스의 경기가 1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LG를 상대로 2대18 대패를 당한 한화선수들이 덕아웃을 향하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4.15/
무엇보다 심각한 점은 이러한 총체적 난국을 김성근 감독이 홀로 해결하고 한다는 것. 현재 김 감독은 매일 밤, 잠을 이루기 어려울 정도로 팀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1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LG 트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서는 "어제 밤에는 처음으로 잠이 오는 약을 먹었다"고 했다. 시즌 개막 전부터 불면증에 시달린 탓이다. 급기야 김 감독은 지난 14일 대전 두산전 경기 도중 불면증과 감기 몸살의 여파로 인한 어지럼증 때문에 병원으로 가기도 했다.

'프로야구 감독'이 등에 지고 있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팀이 좋을 때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부진할 때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비난을 견뎌야 한다. 고교시절, 김 감독의 제자였던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김 감독의 병원행 소식을 들은 뒤 "(그분은) 야신으로 불릴 정도로 칭송을 받았는데 시즌 초반 팀 성적이 안 좋다고 또 이렇게 비난을 받는다. 이게 감독의 숙명이라면 할말이 없지만, 내 마음도 편치 않다. 성적이 안 좋을 때 감독이 받는 심적 스트레스는 장난이 아니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팀 운영의 전권을 쥐고 있는 김 감독으로서는 어떻게든 문제 해결책을 만들어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74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밤잠을 잊은 채 고민을 거듭했고, 야구장에 나와서도 쉼없이 선수들을 가르쳐왔다. 하지만 그런 고민의 시간이 정작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게 더 큰 불행이다.


2016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LG트윈스의 경기가 1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4회초 1-10로 뒤지고 있는 경기를 굳은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4.15/
김성근 감독은 지금 고독하다. 모든 문제를 혼자서 끌어안고 '정답'을 만들어 제시하려 한다. 지금까지 수 십년간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방법은 효율성이 떨어져 보인다. 현재 한화의 성적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지금 절실한 것은 '정답의 제시'가 아니라 방향성에 관한 대화다. 현재 팀에 산적한 문제점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과 대화의 장을 열 필요가 있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처럼 당면해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 지 팀 차원에서 토론하고, 고민하는 게 보다 효율적이다. 김 감독은 지난 수 십년간 고독하게 야구를 해왔다. 그런 과정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폭넓게 쌓아왔다. 야구 이론과 지도법에 관한 김 감독의 '내공'은 야구계에서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이 언제나 100% 정답일 수는 없다. 또 이론적으로 맞다고 해도 현실에서 선수들에게 적용될 경우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아이디어에 공감하고 움직이는 선수와 수동적으로 지시만을 따르는 선수가 보여주는 퍼포먼스의 질은 결코 같을 수 없다.

따라서 이 변수를 줄이고 이상적인 생각이 제대로 현실화되게 하려면 '공감대 형성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 공감대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문제 해결에 관한 자신의 생각과 지향점을 밝히고, 함께 힘을 낼 수 있도록 독려하거나,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형성될 수 있다. 현재 한화에 부족한 면이 바로 이런 과정인 듯 하다.


어떤 면에서는 지금이야말로 한화가 제대로 된 반전을 시도할 수 있는 적기다. 아직 채 12경기 밖에 치르지 않은 시즌 초반이다. 앞으로도 132경기나 남아있다. 조금씩 승수를 늘려간다면 앞선 팀과의 격차를 충분히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지금부터 돌아올 전력들도 꽤 많다. 에이스인 에스밀 로저스를 필두로 윤규진과 이태양 심수창 송신영 등이 컴백을 기다린다. 이런 시기에 적극적으로 팀내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긍정적인 진화가 이뤄질 수 있다. 힘을 제대로 모을 수 있다면, 한화 이글스의 반등은 충분히 가능하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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