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의 100승을 만든 결정적인 커브 3개

기사입력 2016-04-24 20:12


장원준이 2회 2사 1,3루에서 하주석에게 뿌린 공 4개. 커브-슬라이더-커브-커브 조합이다. 사진 제공=두산 베어스

커브 3개가 장원준(두산 베어스)의 통산 100승을 만들었다.

장원준이 시즌 4번째 등판에서 호투하며 3승에 성공했다. 두산과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린 24일 잠실구장. 그는 6⅓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팀의 5대1 승리를 이끌었다. 총 94개의 공을 던지면서 삼진은 6개, 직구 최고 시속은 146㎞까지 찍혔다. 7회 1사 1루에서 오현택에게 마운드를 넘긴 그는 불펜진이 나머지 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수훈 선수 인터뷰를 했다. 엄청난 페이스의 4월 한 달이다.

특히 이날 승리로 개인 통산 100승에 성공했다. KBO리그에서 역대 27번째로 나온 기록. 왼손 투수로 한정하면 송진우(전 한화) 장원삼(삼성 라이온즈) 김광현(SK 와이번스)에 이어 4번째로 나온 진기록이다. 두산 선수로는 장호연에 이어 2번째다.

위기가 없던 건 아니다. 3-0이던 2회 2사 후 최진행을 볼넷으로, 송광민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2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타석에는 하주석. 전날까지 3할1푼1리의 타율을 기록 중인 왼손 타자다. 17경기에서 2홈런으로 팀 내에서 신성현과 함께 가장 많은 대포를 폭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원준이 간단하게 삼진 처리했다. 포수 스트라이크 낫 아웃이었다.

초구는 120㎞ 커브였다. 바깥쪽 꽉 찬 곳으로 변화구가 들어왔다. 2구는 슬라이더(볼), 빠르게 꺾이며 전광판에 136㎞가 찍혔다. 여기서 두산 배터리가 선택한 3구는 다시 커브. 초구와 마찬가지로 120㎞짜리 공이 타자 눈에서 가장 먼 곳으로 뚝 떨어졌다. 볼카운트는 어느새 1B2S가 됐다. 그리고 4구째, 이번에도 장원준이 손목을 꺾었다. 커브였다. 다만 1구, 3구와는 다르게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 낮은 쪽으로 떨어뜨렸다. 결과는 하주석의 헛스윙. 자신감을 얻은 장원준은 이후 승승장구했다. 5회 2사 1,3루 위기를 제외하곤 나머지 이닝은 모두 삼자 범퇴였다.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한화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선발투수 장원준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4.24.
장원준은 작년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투수다. 롯데 시절인 2008년 12승10패, 2009년 13승8패, 2010년 12승6패, 2011년 15승6패다. 이후 경찰 복무를 마친 뒤 2014년 10승9패를 거뒀고 지난해 두산 유니폼을 입고도 12승12패로 제 몫을 다했다. 통산 100승은 꾸준했던 자신에게 준 선물인 셈이다.

2004년 1차 지명으로 프로에 뛰어든 그는 그해 4월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통해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보직은 불펜 투수였고 4월8일 부산 두산전에서 ⅓이닝 무실점으로 행운의 승리 투수가 됐다. 이후 첫 선발 등판은 같은 해 5월29일 부산 SK 와이번스전이다. 첫 선발승은 한 참 뒤인 2004년 8월1일(무등 KIA전) 돼서야 나왔다.

장원준은 9년차 FA 자격을 얻은 뒤 공교롭게 첫 승 상대인 두산에 새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 단 한 번 선발 로테이션을 건너 뛰었을 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몸 값을 했다. 또 프리미어12에서도 김광현(SK)과 함께 선발을 책임지며 대표팀이 초대 챔피언에 등극하는데 앞장 섰다. 그는 "군대 가기 전인 2011년을 전성기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2015시즌 말에도 그만큼 밸런스가 좋았다. 포스트시즌에는 특히 '그 분이 오신 날'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공이 착착 채졌다"고 했다.


결국 올해도 그 밸런스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한용덕 수석코치 역시 "직구 스피드는 무론 모든 구종의 공이 빨라졌다. 우리가 봐도 놀랍다"며 "마운드에서 안정적인 피칭을 한다"고 했다.

잠실=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