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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브 3개가 장원준(두산 베어스)의 통산 100승을 만들었다.
위기가 없던 건 아니다. 3-0이던 2회 2사 후 최진행을 볼넷으로, 송광민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2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타석에는 하주석. 전날까지 3할1푼1리의 타율을 기록 중인 왼손 타자다. 17경기에서 2홈런으로 팀 내에서 신성현과 함께 가장 많은 대포를 폭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원준이 간단하게 삼진 처리했다. 포수 스트라이크 낫 아웃이었다.
초구는 120㎞ 커브였다. 바깥쪽 꽉 찬 곳으로 변화구가 들어왔다. 2구는 슬라이더(볼), 빠르게 꺾이며 전광판에 136㎞가 찍혔다. 여기서 두산 배터리가 선택한 3구는 다시 커브. 초구와 마찬가지로 120㎞짜리 공이 타자 눈에서 가장 먼 곳으로 뚝 떨어졌다. 볼카운트는 어느새 1B2S가 됐다. 그리고 4구째, 이번에도 장원준이 손목을 꺾었다. 커브였다. 다만 1구, 3구와는 다르게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 낮은 쪽으로 떨어뜨렸다. 결과는 하주석의 헛스윙. 자신감을 얻은 장원준은 이후 승승장구했다. 5회 2사 1,3루 위기를 제외하곤 나머지 이닝은 모두 삼자 범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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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차 지명으로 프로에 뛰어든 그는 그해 4월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통해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보직은 불펜 투수였고 4월8일 부산 두산전에서 ⅓이닝 무실점으로 행운의 승리 투수가 됐다. 이후 첫 선발 등판은 같은 해 5월29일 부산 SK 와이번스전이다. 첫 선발승은 한 참 뒤인 2004년 8월1일(무등 KIA전) 돼서야 나왔다.
장원준은 9년차 FA 자격을 얻은 뒤 공교롭게 첫 승 상대인 두산에 새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 단 한 번 선발 로테이션을 건너 뛰었을 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몸 값을 했다. 또 프리미어12에서도 김광현(SK)과 함께 선발을 책임지며 대표팀이 초대 챔피언에 등극하는데 앞장 섰다. 그는 "군대 가기 전인 2011년을 전성기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2015시즌 말에도 그만큼 밸런스가 좋았다. 포스트시즌에는 특히 '그 분이 오신 날'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공이 착착 채졌다"고 했다.
결국 올해도 그 밸런스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한용덕 수석코치 역시 "직구 스피드는 무론 모든 구종의 공이 빨라졌다. 우리가 봐도 놀랍다"며 "마운드에서 안정적인 피칭을 한다"고 했다.
잠실=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