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생각. 요즘 한화 이글스 선수단을 움직이는 에너지다. 덕아웃에서 수시로 이뤄지는 이야기들의 대부분은 "할 수 있다. 이길 수 있다"류의 자신감 넘치는 대화들이다. 비록 연승은 끊겼지만, 이런 분위기와 생각들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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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대전 KIA전이 바로 그랬다. 한화는 비록 상대 선발 임준혁의 호투에 막혀 점수를 뽑지 못했지만, 수비 집중력은 유지하고 있었다. 5회까지 0-1로 팽팽한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나 5회초 수비 째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1사 2, 3루 상황. 김주찬이 3루수 앞으로 땅볼 타구를 쳤다. 3루수 송광민이 공을 잡아 당연히 홈송구. 포수 차일목이 공을 받아 3루 주자를 협살로 몰아갔다.
그런데 여기서 실책이 나왔다. 주자들을 의식하다가 너무 3루쪽으로 깊숙히 몰고간 것. 게다가 같이 협살 플레이를 해야 할 3루수 송광민, 그리고 3루 커버에 들어온 유격수 하주석이 함께 주춤거리며 제대로 주자를 잡아내지 못했다. 결국 2사 1, 2루가 돼야 할 상황이 1사 만루로 돌변했다. 이것이 빌미가 돼 KIA는 3점을 달아났다. 일단은 차일목의 실책으로 기록됐지만, 송광민과 하주석 역시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그러나 하주석은 이 타구를 놓쳤다. 바운드를 맞추는 데 실패해 공을 글러브가 아닌 배쪽으로 받았다. 결국 1점이 났고, 주자는 전부 살았다. 타구의 방향이나 스피드, 무엇보다 경기 상황을 봤을 때 하주석이 놓칠 수 없는, 놓치면 안되는 타구였다. 아무래도 앞서 런다운 실패 과정에서 남았던 아쉬움이 하주석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린 듯 하다. 하나의 실수가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친 케이스다. 어쩌면 '연승을 반드시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하주석의 몸을 더 굳게 했을 수도 있다.
이제 한화는 다시 홀가분해졌다. 연승이 끊겼지만, 그런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전체적인 상승세를 계속 유지해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 경기 중 실책을 빨리 잊어야 하는 것처럼, KIA전 대패의 아쉬움도 빨리 털어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좋은 흐름이 이어진다. 스스로 자책하며 안좋은 분위기를 끌어모을 필요는 없다. 좋은 기억만 할 때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