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승 멈춘 한화, 좋은 기억만 하라

기사입력 2016-06-10 11:51


긍정적인 생각. 요즘 한화 이글스 선수단을 움직이는 에너지다. 덕아웃에서 수시로 이뤄지는 이야기들의 대부분은 "할 수 있다. 이길 수 있다"류의 자신감 넘치는 대화들이다. 비록 연승은 끊겼지만, 이런 분위기와 생각들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6연승 한화 이글스. 8일 KIA에 대역전승을 거둔 한화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화 이글스
이건 경기 중에도 마찬가지다. 1회부터 9회까지의 흐름상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타자들이 모든 타석에서 안타를 치기도 어렵다. 삼진이나 병살타를 치는 순간도 분명 나온다. 수비에서도 마찬가지. 메이저리그를 뛰어넘는 환상적인 호수비가 나오기도 하고, 아마추어 선수만도 못한 실책을 할 때도 있다. 야구란 게 원래 그렇다.

그러나 중요한 건 어이없는 실책이 나온 이후에 어떤 생각을 하느냐다. 패배 뒤에도 '다시 이길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해야 하는 것처럼, 경기 중에 실책이 나왔더라도 '다시 잘 하겠다'며 평상심과 집중력을 되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점점 더 상황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대전 KIA전이 바로 그랬다. 한화는 비록 상대 선발 임준혁의 호투에 막혀 점수를 뽑지 못했지만, 수비 집중력은 유지하고 있었다. 5회까지 0-1로 팽팽한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나 5회초 수비 째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1사 2, 3루 상황. 김주찬이 3루수 앞으로 땅볼 타구를 쳤다. 3루수 송광민이 공을 잡아 당연히 홈송구. 포수 차일목이 공을 받아 3루 주자를 협살로 몰아갔다.

그런데 여기서 실책이 나왔다. 주자들을 의식하다가 너무 3루쪽으로 깊숙히 몰고간 것. 게다가 같이 협살 플레이를 해야 할 3루수 송광민, 그리고 3루 커버에 들어온 유격수 하주석이 함께 주춤거리며 제대로 주자를 잡아내지 못했다. 결국 2사 1, 2루가 돼야 할 상황이 1사 만루로 돌변했다. 이것이 빌미가 돼 KIA는 3점을 달아났다. 일단은 차일목의 실책으로 기록됐지만, 송광민과 하주석 역시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다.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마치 연승을 달리다 한 번쯤 패하는 흐름과 비슷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장면이 빌미가 돼 이후에도 계속 안좋은 영향이 남아있게 되는 것이다. 런다운 플레이 미숙으로 1사 만루가 된 뒤 타석에 나온 이범호가 유격수 쪽으로 강한 타구를 날렸다. 시즌 초반과 달리 이제 안정적으로 주전 유격수 자리를 굳힌 하주석에게 크게 어려운 타구는 아닌 듯 했다.

그러나 하주석은 이 타구를 놓쳤다. 바운드를 맞추는 데 실패해 공을 글러브가 아닌 배쪽으로 받았다. 결국 1점이 났고, 주자는 전부 살았다. 타구의 방향이나 스피드, 무엇보다 경기 상황을 봤을 때 하주석이 놓칠 수 없는, 놓치면 안되는 타구였다. 아무래도 앞서 런다운 실패 과정에서 남았던 아쉬움이 하주석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린 듯 하다. 하나의 실수가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친 케이스다. 어쩌면 '연승을 반드시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하주석의 몸을 더 굳게 했을 수도 있다.

이제 한화는 다시 홀가분해졌다. 연승이 끊겼지만, 그런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전체적인 상승세를 계속 유지해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 경기 중 실책을 빨리 잊어야 하는 것처럼, KIA전 대패의 아쉬움도 빨리 털어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좋은 흐름이 이어진다. 스스로 자책하며 안좋은 분위기를 끌어모을 필요는 없다. 좋은 기억만 할 때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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