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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타임 출전 못하는 FA 포수 정상호 영입이 LG 트윈스에는 전화위복 신의 한 수가 된다?
그런데, 최근 유강남의 활약을 보면 오히려 정상호 영입이 전화위복 되는 듯한 분위기다. 정상호가 매 경기 나서지 못함에 따라 유강남이 선발 마스크를 쓰는 경기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가 이 기회를 잡아 최근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출전 경기 수가 늘어나며 '거포 포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9일 삼성 라이온즈전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더니 12일 한화전에서도 홈런을 추가했다. 6월 들어 올시즌 친 4개 홈런을 모두 몰아쳤다. 원래 펀치력은 있는 선수라고 평가받았는데, 타석에서의 수 싸움도 늘며 정타가 늘어나고 있다. 30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지만, 타율도 3할3푼3리로 준수하다. 때린 안타가 26개인데, 타점이 20개인 것도 주목해야 한다. 찬스에서 해결사 능력이 있다는 의미다. 유강남이 하위 타순에서 경기를 풀어주면, LG의 경기 운용 자체가 쉬워진다. 포수기 때문에 방망이만 잘 쳐서는 소용없다. 수비가 더욱 중요하다. 투수 리드와 블로킹, 2루 송구 등도 시합을 치르면 치를수록 좋아지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이 밝다.
그라운드에서 경기 전체를 리드해야 하는 포수는 중압감이 엄청난 포지션이다. 실력, 경험 등을 고루 갖춰야 한 팀의 주전포수로 뛸 수 있다. 매경기 승리가 간절한 1군 무대에서, 신예 포수들에게 함부로 기회를 주기 힘들다. 그래서 1명의 수준급 포수를 만들어내는 일도 쉽지 않다. 그런데 LG를 보면 정상호 영입이 본의 아니게 성장 시스템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강남이 올시즌 풀타임을 소화하는 선수로 경기에 나섰다면, 공-수 모두에서 부담감을 느끼고 힘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자신이 백업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편하게 먹되, 다른 백업 포수 이상의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는다면 유강남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은 일이 없다.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경기에서 높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실력과 경험을 더할 수 있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면서 말이다. 양상문 감독이 외치고 있는 팀 체질 개선의 대표 성공사례라고 할 만 하다. 리빌딩은 신-구의 조화 속에 이뤄지는 작업이다. 양 감독은 "정상호가 144경기 모두 뛸 수 없는 걸 알면서도 영입을 추진했다. 지금의 역할을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