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수난시대, 오승환은 얼마나 대단했던 건가

기사입력 2016-06-15 08:26


오승환의 투구 장면. 스포츠조선DB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얼마나 대단한 마무리 투수였는지 새삼 느껴지는 요즘이다.

2016 시즌 프로야구. 상대를 압도하는 마무리, 불펜 투수가 없다. 경기 막판 역전에 성공하는 팀 팬들, 관계자들은 기쁘지만 역전을 허용하는쪽 사람들의 마음은 찢어지고 만다. 그런데 이런 일이 1달 스케줄에서 한 두차례 나와도 충격인데, 올시즌 프로야구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다.

2000년 중반부터 야구팬들은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는 오승환을 보며 마무리 투수의 신세계를 경험했다. 과거 김용수 구대성 조규제 정명원 이상훈 임창용 등 한국을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구위, 제구, 평정심, 연투 능력 등에서 오승환은 전설들을 뛰어넘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오승환 등판=삼성 승리'라는 인식을 모두에게 심어줬다. 실력이 있으니 한국 무대보다 수준이 더 높다는 일본, 미국에서도 정상급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게 마무리 투수에 대한 우리의 기대 심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오승환이 떠난 후 진짜 마무리 투수라고 할만 한 선수가 없다. 모든 팀들이 경기 후반 3~4점을 밀리고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다.

마무리는 직구로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구위, 그리고 긴장되는 순간 흔들리지 않는 제구력을 갖춰야 한다. 이 두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는 선수가 최근 드물다. 두산 베어스 이현승, NC 다이노스 임창민을 보면 이들은 구위 보다는 제구와 경기 운영을 앞세운다. 넥센 히어로즈 김세현과 롯데 자이언츠 손승락은 직구 구위는 최고 수준이지만, 상대적으로 안정감이 떨어진다. 사실 마무리 투수라 하면 구위가 우선이었다. 공이 빨라야 상대 타자를 이길 수 있다는 단순 법칙 때문. 하지만 최근에는 차근차근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승부사 스타일이 인정받는 것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공은 빠른데, 제구가 되는 투수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볼넷으로 자멸하는 모습을 볼 바에는, 맞더라도 가운데 집어넣는 투수가 낫다는 계산이다.

그나마 마무리다운 마무리가 있는 팀이 공통적으로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17세이브의 이현승과 김세현을 보유한 두산과 넥센은 1, 3위를 달리고 있다. 공동 3위 13세이브의 임창민은 2위 NC 소속이다. 최근 팀 전체가 무너지며 중위권으로 밀렸지만, 시즌 초반 SK 와이번스가 선전할 수 있었던 것도 박희수가 13세이브를 기록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록 좋은 마무리 투수들도 최근 수차례 무너지는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나머지 팀들은 답답하다. 4위 LG 트윈스는 초보 마무리 임정우가 잘 버텨주다 최근 경험 부족을 노출하며 흔들리고 있다. 공동 5위 삼성 라이온즈는 믿었던 안지만이 무너지며 심창민이 새 마무리로 던지고 있는데,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 8위 kt 위즈도 장시환이 선발로 돌아서며 김재윤이 마무리 바통을 이어받았다. 9위 KIA 타이거즈는 마무리가 없어 임창용의 복귀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래도 이 팀들은 마음이라도 편하다. 없어서 못하는 걸 어찌하겠는가. 정상급 마무리를 데리고 있으면서도, 이 선수들 등판의 기회를 못만드는 답답한 팀들이 있다. 손승락의 롯데, 그리고 정우람의 한화 이글스다. 마무리는 8, 9회 팀이 앞서고 있어야 경기에 나갈 수 있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없다는 것, 그만큼 야구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승환이 대단했던 것일까, 아니면 우리 프로 선수들의 전체적 실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일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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