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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프로야구 2대 미스터리는 한화와 삼성이다. 최근 3년간 600억원에 달하는 고강도 전력 보강작업으로 우승후보로까지 주목받았던 한화의 꼴찌 추락. 지난 5년간 페넌트레이스 1위에 4년 연속 통합우승에 빛났던 삼성의 급전직하. '부자 망해도 3년 간다'는 속담은 먹고 사는 이야기일뿐, 야구와는 상관없었다.
두 팀은 올해 전혀 다른 목표, 출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통 문제점이 터져 나왔다. 부상선수 속출, 선발마운드 붕괴, 혼돈스러운 외국인 선수전력. 최근 들어 퓨처스 리그에도 유망주가 눈에 띄지 않는다. 전력을 개선시킬 수 있는 구단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을 한화와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순 없다. 지난 5년간 빛나는 성적과 족적을 남겨 왕조로 인정받고도 남음이 있다. 부임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5년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한 류중일 감독의 리더십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5년간 계속 좋은 성적을 내면서 가능성 있는 신인수급에 어려움이 있었다. 지난해 구자욱, 배영섭(2011년) 등 신인왕도 배출했지만 화려함 속에 가려졌던 약한 고리들이 올해 들어 연쇄 붕괴를 맞고 있다. 외국인선수도 한동안 3명 모두 2군에 있었다. 부상 때문이라지만 부진과 부상이 겹쳐 화를 키웠다. 외국인 스카우트 시스템은 우선적으로 도마에 오른 상태. 제일기획으로의 이관으로 인한 경영합리화로 모든 것을 몰아가긴 힘들다. 어쩌면 풍족한 여름, 가을만 계속됐기에 겨울에 대비할 필요성을 간과했다는 것이 맞다.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삼성은 당황하고 있다. 늘 어려움에 대비했던 넥센이 단점을 장점으로 만드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한화는 막막하기만 하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올해 한화가 어떻게든 버텨 5위 내에 진입, 가을야구를 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내년, 내후년은 더 걱정이다. 30대 노장들이 즐비한 팀 사정을 감안하면 부상과 부진은 상존할 수 밖에 없다. 최근 들어 선수생명이 길어졌지만 고참일수록 부상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 특히 투수부문에선 장민재(26)가 그나마 가장 젊은 축에 속한다. 수년간 꼴찌를 한 특수한 상황에서 당장 변화를 줘야 했다. 베테랑들을 끌어모아 '용병 돌격대'를 만들었지만 현재까지는 반쪽 성공이다. 대전팬들에게 가능성과 기쁨을 준적은 있지만 합격점을 받지는 못했다. 내년에는 같은 고민을 또 해야하고, 선수들은 나이를 한살 더 먹게 된다.
가능성 있는 신인이 지속적으로 기회를 부여받는 토대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팀의 가을야구에 대한 목마름이 심해질수록 5년,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강팀이 될 수 있는 기회는 미뤄지고 있다. 경기 후반이 되면 대전구장을 휘감는 '최·강·한·화' 육성응원. 응원구호가 현실이 되려면 구단도 벤치도 미래비전을 나몰라라 해선 안된다. 요즘 한화구단 관계자들은 만나는 이들에게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되묻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스스로에게 되묻고 고민하고, 계획을 세울때다. 곧 겨울이 온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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