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323일이 소요됐다. 10개월이 넘는 시간. 한화 이글스가 길었던 '수원 악몽'에서 깨어났다. 10개월여 만에 드디어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kt위즈를 상대로 승리했다.
|
이렇게 일방적으로 끌려가기도 쉽지 않다. 객관적 전력이 떨어지는 kt를 상대로 승수를 벌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꼬박꼬박 승리를 헌납하기만 한 셈이다. 결국 코칭스태프와 선수, 그리고 프런트까지 '수원 징크스'를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했다. 한 코치는 "이상하게 수원에만 오면 상황이 자꾸 꼬인다"고 했다. 프런트 관계자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남몰래 굿이라도 해야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한화 타선은 이날 초반부터 홈런포를 앞세워 강하게 공격드라이브를 걸었다. 1회초 송광민이 2점 홈런으로 포문을 열었다. 2회초에는 이용규의 2타점 적시타가 터져 4-0을 만들었다. 이번만큼은 '수원 징크스'를 벗어나는 듯 했다.
|
초반 역전 위기를 극복한 한화는 홈런포를 끊임없이 가동하며 kt의 기를 꺾었다. 5-3으로 앞선 5회초에는 선두타자 로사리오와 후속 양성우가 '백투백' 홈런을 친데 이어 8-5이던 8회초에는 김태균이 올시즌 개인 첫 만루홈런을 터트려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더 이상 쫓아오지 말라'는 엄포가 담긴 그랜드슬램이었다. 그럼에도 kt는 9회말 한화 마무리 정우람을 상대로 1점을 뽑았다. 승부를 뒤집진 못했으나 '한화 천적'다운 끈기는 보여준 점수였다. 김태균의 만루홈런이 아니었다면 막판에 또 드라마가 나올 뻔했다.
결국 한화는 10개월여 만에 힘겹게 '수원 7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그러나 올해 기록한 '수원 6연패'는 한화에 엄청난 데미지를 남겼다. 절반만 이겼어도 순위가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그래서 이날 연패 탈출에는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수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