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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구단 고위관계자는 최근 류중일 감독 재계약에 대해 "아직은 시즌 중이다. 시즌이 끝난 뒤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원론적인 얘기를 했다. 공과를 논하겠다는 뜻이다.
적정가 논란이 있었지만 FA 박석민을 잡지 못했고, 외국인선수 영입은 역대 최악 수준이다. 제일기획으로 야구단이 이관되면서 구단살림 합리화, 지출 줄이기 등이 직간접적으로 구단에 영향을 미쳤다. 통큰 투자는 없었다. 외국인선수 영입은 근본적으로 구단 스카우트팀(국제팀)에서 선수체크와 영입리스트를 제작, 적당한 선수들을 추린다. 코칭스태프에 어느정도 선택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구단의 투자의지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치가 너무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KIA 헥터(170만달러) 같은 선수는 애초부터 삼성의 영입대상이 될 수 없었다.
선수단 전력이탈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올해 주전들이 너무 많이 아팠다. 구자욱 차우찬 조동찬 박한이 장원삼 등 주전들은 한달 이상 돌아가면서 아팠다. 부상 돌림병은 선수단 관리 총책임자인 감독 몫이라고 해도 선수단을 혼돈에 빠뜨린 임창용(방출) 안지만(계약해지 요청) 윤성환(시즌초반 훈련차질) 등 이른바 '해외원정도박 스캔들 3인방' 사건은 엄밀히 말해 류 감독 책임이 아니다. 어엿한 성인, 그것도 FA까지 달성한 장성한 프로야구 선수의 엇나간 사생활을 감독이 일일이 제어할 수는 없다. 부모님도 막지 못한 일탈. 도의적 책임은 있을 지언정 감독의 선수관리 실패로 접근할 수는 없다.
류 감독은 2011년 부임하자마자 정규리그 1위와 한국시리즈 제패, 이어 4년 연속 초유의 통합 우승 금자탑을 세웠다. 류 감독의 지도력은 어떤 잣대로도 흠집내기 힘들다. 지난해 역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으나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이 한국시리즈에 뛰지 못해 전력이 흐트러졌다. 올해는 9위에 한달이상 머물다 26일 현재 7위에 랭크돼 있다. '최강 삼성'의 위치로는 상당히 낯설다.
류 감독은 내년 준비에 대해선 "올해 문제점들을 뼈저리게 느꼈고, 해결점을 찾을 것이다. 대체 선수로 지금까지 잘 버텼는데 올해는 구멍이 났다. 새로운 전력을 키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류 감독 재임 기간 외부FA는 한명도 없었고, 올겨울도 기대하기 어렵다. 류 감독도, 삼성 구단도 자연스러운 변화시점을 맞았다.
삼성은 1년만에 급전직하, 하위권으로 처졌지만 경험으로 얻은 것도 많다. 1992년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는 롯데, 1994년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는 LG. 20년 넘게 우승에 목말라 있는 팀들이다. 삼성은 남들이 감히 누리지 못한 것을 수년간 '원없이' 누렸다. 이제는 팀을 만들어가는 쏠쏠한 재미, 특별한 여유를 누릴 '명가의 자격'이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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