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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왼손투수 권혁이 수술대에 오른다. 오는 20일 서울에서 왼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는다. 한화는 15일 휴일(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미 권혁의 수술사실이 언론보도로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공식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이 심각한 수술은 아니다. 수술후 요양과 재활기간이 2~4개월 정도로 짧고 빈도도 잦은 편이다. 김성근 감독은 "재활을 통해 회복을 할 수도 있지만 좀더 편한 상태에서 볼을 던지기 위해 수술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일부분은 사실이다. 팔꿈치 통증이 전혀 없는 투수는 드물다.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계속된 투구로 인해 뼈가 웃자라 근육과 신경을 건드리거나 미세한 뼛조각이 떨어져 나가 돌아다니다가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전통적으로 투수들이 많이 던지는 일본도 최근 연구결과(일본야구협회)를 토대로 '한계 투구수를 넘겼을 때 부상 확률이 급격히 증가한다'며 유소년 선수들의 투구수 제한을 검토하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은 시즌중 혹사논란과 투수들의 치료, 재활, 수술 등에 대해 "넥센도 조상우와 한현희가 수술을 받았고, 다른 팀 역시 아픈 투수가 많다. 우리만의 문제로 몰아가면 안된다"고 항변했다. 이 또한 일부 사실이다. 한화 외 타팀 투수들도 팔꿈치 수술이 아예 없진 않다.
권혁과 송창식은 올가을 수술을 잘 마쳐 겨우내 재활에 힘을 쏟으면 내년 봄에는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둘의 수술이 가져올 파급효과는 꽤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의 형식파괴 마운드 운용은 어려워 질 것이 확실시 된다. 송창식과 권혁의 부상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은 한화 투수들이다.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몸상태를 트레이너와 코치에서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올시즌 막판 한화 투수들에게서 묘하게 바뀐 분위기가 여러차례 감지되기도 했다.
또 잦은 연투를 이겨낼만한 스태미너와 하드웨어를 가진 이는 권혁과 송창식 정도 밖에 없다. 베테랑인 심수창과 박정진은 연투를 하면 구위가 뚝 떨어진다. 박정진은 올해 성적도 나빠졌고, 등판횟수도 지난해에 비해 꽤 줄었다.
한화 구단은 선수들의 부상관련 이슈들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개진과 관리에 나서야 한다. 이는 현장, 특히 감독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다. 선수관리는 기본적으로 구단의 첫번째 책무다. 문제가 생겼을 때 기용책임자인 감독에게 전권을 보장했다며 뒤짐만 지고 있어선 안된다. 오히려 선수단의 짐을 나눠지고 책임을 공유하는 것이 맞다.
김성근 감독이 3년계약의 마지막 해를 채울 지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한화는 16일부터 대전구장에서 마무리훈련을 시작한다. 김성근 감독은 대전에 머물고 있다. 김 감독이 내년 한화 사령탑을 계속 지킨다고 해도 지난 2년과는 달라진 팀운영을 선보일 가능성도 있다. 송창식과 권혁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김 감독은 올시즌 막판 선수들의 부상에 대해 전에 없는 관대함을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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