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유임? 더 중요한 건 변화 의지다

기사입력 2016-10-24 13:58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4회초 무사 1루 한화 김태균이 좌월 투런포를 치고 들어오며 김성근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9.25/

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덕아웃에서 메모를 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10.03

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를 마치고 야구장을 빠져나가는 한화 선수단 버스를 향해 팬들이 김성근 감독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10.03.

결국 한화 이글스는 내년 시즌도 김성근 감독 체제로 가는 걸까.

정규시즌이 끝나고 2주가 흘렀는데도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구단 안팎에선 여러가지 소문만 무성할뿐 김 감독의 거취에 관한 별다른 얘기가 없다. 최근 한화 구단은 일본인 코치 3명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발표했고, 일부 국내 코치가 팀을 떠났다. 김 감독의 경질 여부가 핫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2017년 시즌 준비를 위한 훈련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

사실 현 시점에선 구단이 결정해 발표할 게 없다. 김 감독의 경질, 유임 여부는 구단이 아닌 모기업 한화그룹 최고위층이 결단을 내려야할 민감한 문제다. 널리 알려진대로 2014년 말 김 감독 선임은 구단 의지를 넘어 모기업 최고위층의 결정이었다.

구단은 김 감독의 리더십을 포함해 이번 시즌 종합적인 구단 평가서를 작성하고 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일부 보완 평가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시기적으로 볼 때 이번 달 안에 결론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지금까지 분위기를 살펴보면, 유임쪽으로 기운 듯 하다.

김 감독의 한화는 지난 2년간 끊임없이 논란을 생산했다. '공과'를 면밀하게 따져봐야겠으나,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아직 계약 기간이 1년 남아있다. 모기업 최고위층이 김 감독을 모셔온 만큼 계약기간을 지켜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여론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어수선한 구단 분위기에 불구하고 김 감독은 의욕적으로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26일부터 마무리훈련이 시작되는데 일찌감치 현지로 넘어갔다. 최근에는 코칭스태프 조각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 감독 유임보다 더 중요한 게 내년 시즌, 나아가 '이글스의 미래'다. 지난 2년간 한화 구단은 대대적인 투자,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전력보강에 온힘을 기울였다. 김 감독에게 전권을 내주고 팀을 맡겼다. 선수단 운영은 기본이고, 코치 선임과 선수 트레이드, 훈련장소, 일정 결정까지 모든 권한을 부여했다. 용도폐기된지 오래인 '제왕적 리더십'의 폐해를 감수하더라도, 팀 성적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이 2016 프로야구 경기가 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8회초 무사 1, 2루 한화 이용규의 안타 때 2루주자 이성열의 홈쇄도 때 넥센 포수 박동원과의 충돌에 대해 심판이 합의판정에 의해 아웃으로 판정번복을 하자 한화 김성근 감독이 나와 항의하고 있다. 고척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9.04/

2016 프로야구 한화와 LG의 경기가 2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9.24.
그러나 당장 급한 성적은 물론, 팀 정체성, 미래까지 모두 잃었다는 평가다. 지난 2년간 선수혹사 논란이 이어졌고, 잦은 코치 보직 이동으로 팀이 흔들렸다. 김 감독의 강압에 눌린 선수들은 불만을 속으로만 삭였다. 감독이 구단 인사까지 관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좋은 성적이 났다면 잡음없이 넘어갈 수도 있겠으나, 그렇지도 못했다. 지난해 6위에 그친 한화는 7위로 이번 시즌을 마감했다.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지난 2년은 '총체적 실패'이자 '이글스의 암흑기'였다.


김 감독이 유임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실패로 판명난 철지난 '제왕적 리더십'에 제한 장치가 있어야 한다. 70대 노 감독의 독선적인 지도 스타일을 하루아침에 바꾸긴 어렵다고 해도, 독주를 제어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김 감독 이후까지 생각해야하는 구단도 이런 부분을 깊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인가.

감독은 엄밀하게 따져보면 구단이 고용한 피고용인이다. 한화 구단이 김 감독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구단이 필요에 의해 김 감독을 선택했을 뿐이다. 계약기간 3년, 김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김 감독은 구단을 야구를 잘 모르는 집단, 한참 아래 '하수'로 내려다볼 게 아니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코치와 선수, 구단 프런트와의 소통은 따로 말이 필요없는 기본중의 기본이다.

김 감독이 유임된다고 해도, 변화하지 않는다면 내년 시즌도 기대하기 어렵다. 내년 시즌이 문제가 아니라 노욕으로 감독 경력을 망친 지도자로 기억될 수도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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