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모두가 갸우뚱, 납득하기 힘든 데일리 MVP

기사입력 2016-10-31 16:52


30일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서 장원준과 양의지가 6회 수비를 마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이날 장원준은 8⅔이닝 1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하지만 데일리 MVP는 그와 배터리를 이룬 양의지가 선정됐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포스트시즌에서는 매경기 최고 선수를 '데일리 MVP'로 선정해 상금 또는 부상을 지급한다. 승리에 가장 공헌한 선수가 데일리 MVP가 된다.

이번 포스트시즌 데일리 MVP에게는 100만원 상당의 자동차 타이어 교환권이 부상으로 주어진다. 무엇보다 수많은 언론의 보도를 통해 팬들에게 승리의 주역으로 이름이 또렷하게 기억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시리즈 MVP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데일리 MVP는 누가 뽑을까. 해당 경기의 KBO(한국야구위원회) 경기감독관, 즉 경기운영위원이 MVP를 선정하는 것으로 돼 있다. 명문화돼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임채섭 위원, 준플레이오프는 한대화 위원, 플레이오프는 조종규 위원이 맡았고, 한국시리즈는 김재박 위원이 일하고 있다.

야구팬들에게 경기운영위원은 비가 내릴 때 경기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운영위원은 해당 경기의 사건, 사고, 심판에 대한 평가 등 전반적인 보고서를 작성해 KBO에 제출한다. 경기를 총괄 책임지는 공식 관리자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경기운영위원이 MVP를 뽑음에 있어서도 높은 수준의 중립성과 객관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항상 납득할만한 결정이 내려지는 건 아닌 것 같다.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의 데일리 MVP는 두산 베어스 양의지였다. 양의지는 0-0이던 4회말 선제 타점을 올렸고, 8회말에는 4-1로 앞선 상황에서 우중간으로 쐐기 2루타를 날렸다. 양의지는 전날 1차전에서 연장 11회까지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이끌었고, 이날도 9이닝 동안 장원준, 이현승과 배터리를 이뤄 완벽한 리드로 NC 다이노스 타자들을 압도했다. 포수로서도 승리의 일등공신은 양의지였다.

하지만 KBO가 데일리 MVP를 발표하자 여기저기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팬들 역시 '왜 양의지가 됐지?'라는 반응이었다. 왜냐하면 대부분 장원준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원준은 8⅔이닝 동안 10안타 1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경기가 끝난 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장원준이 최고의 피칭을 해줬다. 이렇게까지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낼지 몰랐다"고 했다. 이어 "양의지의 볼배합도 좋았고, 포수 양의지는 1,2차전에 걸쳐 10점 만점에 10점이다"며 양의지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감독 입장에서 잘 던진 투수, 잘 받아준 포수 모두 고마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완투에 가까운 역투를 펼친 장원준이 '10점 만점에 11점'을 줘도 부족한 빛나는 투구를 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김 감독도 그런 의미로 장원준에게 극찬을 쏟아낸 것이다.

'이상한' MVP는 플레이오프 3차전 때도 나왔다. 당시 LG 트윈스는 연장 11회말 접전 끝에 2대1로 승리했다. 1사 2,3루에서 끝내기 내야 안타를 친 대타 양석환이 MVP에 선정됐다. 양석환의 타구는 원바운드 후 NC 투수 김진성의 글러브를 맞고 왼쪽으로 굴절돼 유격수 손시헌 앞으로 흘렀다. 3루 주자 히메네스가 여유있게 홈을 밟았다. 경기를 끝낸 양석환은 승리의 주역이 돼 동료들의 세리머니를 받았다.

하지만 경기 후 LG 양상문 감독은 "(11회초)안익훈의 수비가 결정적이었다. MVP는 안익훈이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안익훈은 11회초 수비 때 중견수로 교체 출전해 2사 1,2루에서 나성범의 우중간 깊은 타구를 30m 이상 달려가 역모션으로 잡아내는 호수비로 실점을 막았다. NC에게는 두고두고 한으로 남을 만한 '불운'이었다. LG는 안익훈의 역대급 'the catch' 덕분에 분위기를 살려 이어진 공격에서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누가 MVP가 되든 승리한 팀 입장에서 무슨 상관이 있겠냐마는, 대다수가 납득하기 힘든 선택이라면 아무리 작은 사안이라도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 모두가 선수들의 수준높은 경기력, 매너 못지 않게 그 평가에 대해서도 객관성이 충족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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