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NC 승부조작 은폐, 어디부터 잘못된건가

기사입력 2016-11-08 18:33


지난 2주간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뉴스가 대한민국 모든 이슈를 삼켰다. 양파처럼 까면 깔수록 온 국민을 경악하게 하는 소식이 이어지고, 증거 자료가 쏟아진다. 사안이 워낙 중대해 야구인들은 대놓고 얘기는 못했지만, '최순실 정국'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 대한 관심까지 떨어트렸다며 아쉬워했다.

그런데, 프로야구에도 리그의 근간을 뒤흔드는 충격이 몰아쳤다. 선수의 승부조작만으로도 KBO리그에 대한 신뢰를 무너트리는 일인데, 구단이 소속 선수의 승부조작을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7일 NC 다이노스 구단이 소속 선수의 승부조작을 알고도 조직적으로 은폐한 물증을 찾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NC 구단은 지난 2014년 당시 소속 선수이던 투수 이성민(현 롯데 자이언츠)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을 시인했는데도, 구단 차원에서 은폐했다.

이뿐만 아니라 구단이 보호선수 20인에서 제외한 이성민은 신생팀 kt 위즈의 특별지명을 받아 이적했다. 이 과정에서 NC 구단은 특별지명 보상금 10억원을 받았다. 경찰은 지난 10월 7일 NC 구단 사무실 압수수색(스포츠조선 단독 보도)을 통해 증거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경찰 발표가 사실이라면, NC는 구단 차원에서 승부조작을 은폐하고, 승부조작 '시한폭탄'을 타 구단에 떠넘긴 것이다.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파렴치한 일이다. 검찰에 송치돼 법원 판결을 통해 진위가 가려지겠지만, 한국 프로야구 초유의 사건이다.

NC 구단이 고통을 감수하고 이성적으로 접근했다면, 2년 전에 털어낼 수도 있었다. 2014년 중하순 승부 조작 브로커로 의심되는 인물이 구단에 NC 선수를 통해 승부조작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손해를 봤다며, 구단을 협박했다고 한다. 구단은 협박을 받은 사실을 KBO에 알렸고, KBO는 경찰 출신 승부조작 암행관찰관을 통해 대처법을 조언했다.

그러나 NC 구단은 "더이상 협박이 없다"고 넘어갔다. 정황상 이 시점에서 소속 선수의 승부 조작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성민은 지난 2014년 7월 4일 열린 LG 트윈스전 1회 고의 볼넷을 내주고 3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게 왜 NC가 구단 존재 가치를 무너트릴 수도 있는 은폐를 시도했느냐다. 9구단 NC가 창단해 퓨처스리그(2군)에 합류한 2012년 KBO리그는 승부조작으로 극심한 홍역을 치렀다. 당시에도 승부조작이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다. 2012년 1차 승부조작 사건을 계기로 각 구단들과 KBO는 다양한 재발방지책을 내놓았고, 부정방지 캠페인을 벌였다.

그런데, NC는 불과 2년 만에 드러난 승부조작을 공론화하지 않고 은폐의 길을 선택했다. 일단 소나기만 피해가면 된다는 식의 발상으로 밖에 볼 수밖에 없다. 신생팀으로서 위기대처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도덕적인 문제를 넘어 범죄 행위다.

신생팀으로서 좋은 이미지를 심고 싶었을 것이다. 단기간에 좋은 성적을 내 주목받는 명문구단으로 도약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실제로 NC는 유망선수를 주전급 선수로 육성하고, 전략적인 투자를 통해 1군 합류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 3년간 가을야구의 중심에 서면서 타 팀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그동안 쌓아올린 성과는 모래성이었다. 구단 프런트의 조급함이 부른 수습하기 어려운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지난 2년간 NC 구단 관계자들이 이 문제를 안고 전전긍긍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NC 구단은 승부조작의 주축팀이라는 오명을 쓰고, 구단 고위 관계자가 승부조작 은폐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NC 구단은 8일 사과문을 내고 고위 관계자 둘을 직무정지시켰다고 발표했다.

이제 NC는 구단 슬로건 '정의, 명예, 존중'을 내려야할 것 같다.

일본 프로야구의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 수뇌부는 올해 초 소속 선수의 불법 스포츠도박 사실이 밝혀지자 사퇴했다. 일본 프로야구의 대부격인 와타나베 스네오 구단 최고 고문을 비롯해 구단주, 구단 회장이 물러났다.

NC 구단과 모기업 엔씨소프트가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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