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LG-삼성 라이벌 구도, 내년 시즌이 궁금하다

기사입력 2016-12-15 21:17


◇LG 차우찬.

2016 KBO 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3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렸다. KIA 김기태 감독과 김주찬 최형우 이범호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양재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12.13/

삼성 라이온즈 김동환 사장과 악수하고 있는 우규민.

오랫동안 상대를 의식했던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 전자를 중심으로 한 재계 라이벌 구도가 스포츠까지 이어졌다. 요즘도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와 서울 삼성 썬더스가 맞붙으면, 양팀 모두 신경을 바짝 곤두세운다. LG와 삼성, 두 그룹의 간판 스포츠인 프로야구는 더 했다. 오랜시간 양팀은 선수 트레이드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상대와 엮이는 걸 부담스러워 했다.

최근 성적에선 라이온즈가 트윈스를 압도했다. 삼성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하는 동안 LG는 한 번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막혀 준우승에 머문 LG는 이후 10년간 하위권을 맴돌았다. 삼성이 승승장구하던 시기에 LG도 11년 만에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지만, 두 팀간의 간격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지난 2001년부터 2015년까지 15년간 LG는 한 번도 삼성보다 순위표 위에 자리하지 못했다. 성적으로는 '라이벌'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삼성이 주도했던 구도가 올해 무너졌다. 올시즌 삼성은 KBO리그 10개팀 중 9위로 추락했다. 프로 2년차 kt 위즈에 겨우 앞섰다. 1982년 팀 출범 후 최악의 성적. '삼성 제일주의'에 익숙했던 라이온즈로선 너무나 낯선 경험이고, 충격이었다. 반면,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친 LG는 5위 KIA 타이거즈, 3위 넥센 히어로즈를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확실한 반전이다.

시즌 종료 후 양팀은 나란히 구단 체제를 정비했다. 팀 분위기를 쇄신 차원에서 삼성은 단장, 감독은 한꺼번에 교체했다. 정규시즌 5연패를 이끌었던 류중일 감독과 재계약 포기는 또 다른 사건이었다. LG도 이달 초 선수 출신인 송구홍 운영총괄에게 단장을 맡겨 변화 의지를 나타냈다. 물론, 구단 사상 첫 선수 출신 단장이다.

그런데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인 스토브 리그에서, 또 두 팀의 발걸음이 크게 엇갈린다. '핵심투수' 차우찬의 선택이 LG, 삼성를 둘러싼 분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삼성이 계약조건까지 공개하며 애타게 매달렸던 차우찬의 최종 선택지는 라이온즈가 아닌 트윈스였다. 삼성이 앞서 LG에서 FA(자유계약선수)가 된 언더핸드스로 투수 우규민을 영입해 선수를 '주고받은 모양새'가 됐지만,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크게 기운다. 삼성으로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결국 벌어지고 말았다.


김한수 삼성 감독.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마운드 보강에 성공한 LG는 내년 시즌에 우승까지 노려볼만한 팀이 됐다는 평가다.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허프와 헨리 소사, 류제국에 차우찬이 가세해 두산 베어스에 버금가는 막강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리빌딩에 성공해 젊은 파워를 충전한 LG가 새 엔진, 새 동력까지 얻게 된 것이다.

벌써부터 내년 시즌이 궁금해 진다.

삼성은 외부 FA 우규민, 이원석을 영입하면서, 투타의 핵심 자원 최형우 차우찬을 잃었다. 2선발과 4번 타자가 빠져나갔다. 아무리 뜯어봐도 전력 보강 요인을 찾기 어렵다. 새 출발을 앞두고 있는 김한수 신임 감독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시험대에 오른 기분일 것이다. 내년 시즌 LG, 삼성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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