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이 우스워진 시장, 몸값 상승 이유는

기사입력 2016-12-20 12:26


원소속팀 KIA와의 협상이 틀어지면서 FA 양현종을 놓고 2~3팀간 경쟁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KIA는 양현종에게 100억원 정도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조선 DB

FA 시장은 경쟁 논리가 지배한다. 몸값은 곧 가격. 공급이 과하면 가격은 떨어지고, 수요가 과하면 올라간다.

100억원이 이제는 우스운 이야기가 됐다. FA 최대어였던 최형우가 KIA 타이거즈로 이적하면서 체결한 조건은 4년 100억원이다. 물론 이 금액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구단들도 FA 몸값이 기형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현실이 한탄스럽다. 하지만 그 현실은 구단들이 만들었다. 회계 용어를 빌리자면 매출원가, 영업이익같은 개념은 다른 나라 이야기다. 오로지 '성적'만을 생각해서 선수를 데려오려 하니 몸값은 올라갈 수 밖에 없다. 모기업으로부터 돈을 끌어다 쓰는 현실에서 회계 개념을 들이댈 틈도 없고 이유도 없다. 기량이 출중한 선수가 탐나는 것은 10개 구단 똑같다. 누가 더 필요한지, 적극인지가 몸값을 결정한다. 그런데 FA 몸값을 결정하는 더 중요한 요소가 있다. 그게 바로 경쟁이다.

FA 시장 '빅6' 가운데 양현종과 황재균, 둘 만이 남았다. 양현종은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가 여의치 않자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 잔류를 선언한 뒤 지금까지 협상중이다. 하지만 첫 만남부터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KIA가 제시한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KIA가 양현종에게 얼마를 제시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먼저 계약을 체결한 최형우, 차우찬의 액면 조건과 비교하면 대강 윤곽은 드러나고 있다. 100억원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양현종과 KIA간 협상이 순조롭지 않다는 소식이 퍼지자 일부 구단에서 귀를 쫑긋하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한화 이글스가 언급되고 있다. 한화는 마운드 재건이 가장 시급한 팀이다. 그 어느 팀보다 에이스가 필요하다. 양현종에게 관심을 쏟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박종훈 단장은 "양현종같은 선수가 탐나지 않는 팀이 있겠는가. 그러나 몸값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물론 한화도 양현종에 대한 협상 몸값은 준비해두고 있을 것이다.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일이니까. 토종 1선발이 없는 롯데 자이언츠도 양현종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롯데 역시 "그 가격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어쨌든 KIA 잔류가 확실시됐던 양현종은 상황이 급변하면서 경쟁 구도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100억원이 기본 몸값이 돼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황재균은 여전히 메이저리그 진출 의지가 확고하다. 원소속팀 롯데와 지난 주말 한 차례 만났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메이저리그 오퍼를 지켜본 뒤 롯데와 다시 이야기를 하겠다는 이야기만 오갔다고 한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황재균에게 만족스러운 조건을 제시할 상황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끝난지 열흘 이상이 지났지만 별다른 조건은 제시받지 못했다. 거물급 FA 야수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황재균에 대한 시장 경쟁은 적어도 내년 1월 중순까지는 없다고 봐야 한다.

황재균이 국내에 남을 경우 롯데 말고도 kt 위즈가 공식적으로 영입 의사가 있음을 천명했다. 경쟁 구도가 생긴 것이다. 롯데와 kt가 황재균에게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너스 조항까지 포함해 100억원에 육박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물론 두 구단 모두 이 금액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는다. 하지만 경쟁이 붙으면 몸값은 올라가게 돼있다.

FA 시장을 수년간 지켜봐 온 수도권 구단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FA를 놓고 경쟁을 해봤는데, 원래 책정했던 금액보다 20억원을 더 줬다"고 토로하면서도 "해외진출 카드를 몸값 올리는데 쓰는 선수들도 있지만, 그게 나쁜 것은 아니다. 어차피 시장 논리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현종과 황재균은 이같은 상황에서 몸값이 더욱 올라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모기업의 돈으로 선수를 산다 해도 그 수준에는 한계가 있어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