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프로야구 각계 대표 새 인물 4인의 새해 소망은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7-01-01 21:31


병신(丙申)년이 가고 정유(丁酉)년이 밝았다.

프로야구 36번째 시즌도 새해 첫 날의 태양을 맞았다. 1982년 6개팀으로 출범한 KBO리그는 지난 35년간 10개팀, 720경기 체제로 외연을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숱한 국제대회에서 한국 야구의 위대함을 드높였고, 수많은 스타들이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기량을 뽐냈다.

프로야구 선수, 지도자, 구단 프런트, KBO가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노력은 시즌 뿐만 아니라 오프시즌서도 멈추지 않는다. 이번 오프시즌에서도 KBO리그는 크고 작은 변화를 겪고 있다. 각 주체들이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전력을 통해 더 좋은 결과를 냄으로써 팬들에게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함이다.

변화의 기본은 인적 쇄신이다. 사람이 바뀌어야 조직이 바뀌고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이번 오프시즌에서는 그 어느 겨울보다 많은 인적 쇄신이 이뤄졌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4명의 선수가 팀을 옮겼고, 4명의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구단 경영진에도 새 인물이 대거 들어섰다. 4개 구단의 단장이 바뀌었고, 2개 구단은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그만큼 변화를 열망하는 구단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새 조직, 새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때문에 이들에게는 설렘과 부담감이 공존한다. 새 식구를 맞은 구단 역시 많은 기대를 걸고 있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냉철하게 평가하고 책임을 물을 준비도 해놓고 있다. 이에 스포츠조선은 이번 오프시즌에서 많은 주목받고 있는 새 인물들을 꼽아 새해 각오와 꿈을 들었다. 프로야구 각 주체의 대표격으로 KIA 타이거즈 최형우,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 감독, 한화 이글스 박종훈 단장, 롯데 자이언츠 김창락 사장을 인터뷰했다.


지난 12월 13일 열린 2016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오른쪽)이 새 식구가 된 최형우와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단순한 4번 타자인가, 우승청부사인가?

역대 최고 몸값의 주인공이 된 최형우는 "나를 좋게 봐주시고 선택해 주신 KIA 구단에 감사드리고,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그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할 것"이라고 했다. KIA는 최형우를 영입하기 위해 무려 100억원을 들였다. 그만큼 기대하는 바가 크다.

'그 무언가'가 우승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명문 타이거즈의 부활을 뜻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KIA를 지금의 위치에서 한 단계 끌어올리는데 자기 역할을 다 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드러냈다. 최형우는 전 소속팀 삼성에서와 마찬가지로 4번 타자를 맡아야 한다. 최형우를 영입해 KIA는 최강급 클린업트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이범호와 나지완은 지난 시즌 각각 33홈런, 25홈런을 때렸고, 새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도 힘을 보탤 수 있다. 중량감 넘치는 타선의 중심에 최형우가 있다.


최형우는 KIA와 FA 계약을 하고 난 뒤 "김기태 감독을 만나서 더 설렌다"며 김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내비친 바 있다. 또 지난해 말 각종 시상식의 주인공으로 상을 받으면서도 "내년에는 김기태 감독과 함께 이 자리에 서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김 감독과 함께 우승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뜻이 포함돼 있음이다.

하지만 최강 4번타자 한 명 보강했다고 당장 우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KIA는 여전히 빈틈이 많다. 최형우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김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즉 최형우에게 우승을 이끌어달라는 소리는 무의미하다. 다만 이런 것이다. 우승 경험이 많은 최형우가 동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플레이를 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최형우는 "우승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난 선수이기 때문에 열심히 뛰어야 하는 입장"이라면서도 "단지 하나 중요한 것은 다들 마음 속에 갖고 있는 그 목표를 향해 나도 동참하고 옆에서 열심히 돕고 싶다"고 했다.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 신임 감독이 지난해 12월 8일 '2016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날' 시상식에서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초보 사령탑, 추락한 사자 군단 끌어올릴까?

김한수 감독은 선수 시절 '조용한 강자'였다. 차분한 성격에 말수도 적었다. 그러나 꾸준하면서도 탄탄한 활약에 팬들은 "말없이 야구를 잘 한다"고 칭찬했다. 감독이 돼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일단 주위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많다. 삼성은 지난해 정규시즌 9위로 처지는 등 팀 창단 후 가장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팀을 바닥에서 건져올려야 하는 임무가 김 감독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이번 오프시즌에서 눈에 띄는 전력 보강은 없었다. 투수 우규민과 야수 이원석을 데려왔지만, 차우찬 최형우가 팀을 떠나는 등 출혈이 더 컸다.

김 감독은 "삼성이 우승팀에서 9위로 전락했다. 그러나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과거는 다 잊고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이다. 전지훈련에 48명을 데리고 간다. 작년보다 많아졌다"면서 "거포들이 2~3년 사이에 많이 나갔지만 대신 빠르고 활기찬 야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의 말처럼 현재 삼성 멤버들 가운데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타자는 이승엽 구자욱 정도다. 거포 외국인 타자가 들어온다 해도 전체적인 팀컬러는 집중력과 기동력, 수비 중심이 돼야 한다. 수비의 출발은 결국 투수력인데, 이 부분도 자신하기 힘든 게 삼성의 현실이다.

김 감독은 "무엇보다 투수들이 안정을 찾아야 한다. 젊은 투수들이 빨리 올라오기를 바란다. 안규현 이수민 김승현 최충현 등 마무리 캠프에서 가능성을 봤다"며 유망주들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덧붙여 야수진에도 변화와 경쟁이 불어닥칠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구자욱이 외야수로 전향하고, 군에서 제대한 김헌곤을 비롯해 나성용 배영섭 등도 외야 경쟁에 참여한다. 내야는 이원석 김상수 조동찬 등이 주축이 되겠지만, 빠른 선수들 위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보 사령탑의 성패는 그 준비 단계에서 이미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감독 첫 해 영광을 맛보기도 하지만, 대부분 실패의 쓴잔을 들이킨다. 김 감독이 첫 전지훈련을 잔뜩 신경쓰는 이유다.


한화 이글스 신임 박종훈 단장이 지난달 5일 열린 '제35회 야구인골프대회'에 참가해 힘차게 티샷을 날리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단장 중심의 야구, 어디까지일까?

한화가 프로야구 선수 출신에 감독 경험이 있는 박종훈 단장을 영입한 이유는 간단하다. 현장 감각이 뛰어난 만큼 선수단 관리와 전력 구성 등 구단 운영에서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단장은 지난 11월 취임하자마자 마무리 훈련이 펼쳐지던 일본 미야자키로 건너가 김성근 감독과 만났다. 주위에서는 선수단과 관련해 모든 것을 틀어쥐려는 김 감독과 프런트 중심의 야구를 이끌 박 단장이 조화를 이룰 것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박 단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박 단장은 "단장 및 구단 중심의 야구를 한다고 하지만 현장은 감독이 하시는 거고 외국인 선수 영입 같은 부분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하면 된다"며 "한화가 좋은 성적에 목말라하고 있으니 최선의 준비를 하고 있다. 좋은 성적을 내려면 감독님을 잘 모시면서 해야 하고 감독님의 노하우가 있으니 일단 포스트시즌만 가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감독과 단장의 역할 구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화의 목표는 가을 야구지만, 큰 걱정거리는 마운드다. 그러나 박 단장은 "투수들이 정상적인 몸으로 제 기량을 발휘한다면 우리도 허술한 마운드는 아니다"면서 "외국인 투수들을 잘 뽑고, 권 혁 송창식 윤규진 등 부상에 돌아오는 선수들이 잘 해주면 된다고 본다. 지금 전력으로도 싸워볼 만하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물론 올해도 부상 방지가 한화의 성패를 가를 주요 관건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박 단장은 "작년에 실력보다는 부상으로 인해 전력에 플러스가 안됐을 뿐이다. 과부하가 될 수밖에 없는 팀 상황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편중된 기용은 없을 것이며 없도록 하겠다"며 부상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단장은 하는 일이 감독과는 많이 다르다. 특히 팬들의 집중적인 이목을 끄는 한화 구단에서는 더욱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박 단장은 "많은 부분을 아우르고 하니 일도 많아졌다. 복잡한 일들에 대해 잘 진행하고 준비하겠다"며 각오를 나타냈다.


롯데 자이언츠 김창락 신임 대표이사가 지난 11월 29일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혁신적인 변화로 가을야구 갈까?

프로야구단이 일반 기업체와 가장 다른 점은 투자한 만큼의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유통업에서 잔뼈가 굵은 롯데 김창락 사장은 이 부분에서 고민을 시작했다. 특히 롯데가 프로 출범 멤버로 오랫동안 부산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김 신임 사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결코 작지 않다.

김 사장은 "아직 야구단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여러 부분을 파악하고 있는 시기라 경영 방침과 구단 색깔을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백화점에서 오래 근무했는데, 고객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백화점과 팬 지향이라는 야구단의 가치 추구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본다. 고객인 팬들을 즐겁게 만드는 구단을 만들어 나가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성적을 내야 한다는데 공감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 11월 말 야구단 대표이사로 옮겨온 김 사장은 아직 많은 것들이 생소하다. 팬들이 원하는 바를 잘 알 고 있다는 김 사장은 "자이언츠는 최근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해 팬들을 실망시켰다. 성적 부진 원인과 부족했던 부분을 면밀히 분석하고, 어떠한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내외부의 소리를 적극 경청하겠다. 내년 시즌 캐치프레이즈를 '도약, 2017'로 정한만큼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롯데가 혁신적인 변화에 인색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러한 외부 시선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결과라 생각한다. 성과가 없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진단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 나 역시 책임감을 갖고 현장과 소통하는 프런트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과거 야구단 사장은 일시적으로 자리가 필요하거나 은퇴를 앞둔 모기업 임원이 거쳐가는 '코스'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고, 기업들이 야구단도 가치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야구단에서 제2의 인생을 연 김 사장이 롯데를 어떻게 변모시킬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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