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 스크럭스 "ML 재도전? 내 머릿속에 없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7-05-03 07:45


재비어 스크럭스. 사진=나유리 기자

에릭 테임즈가 메이저리그로 떠나고, NC 다이노스가 재비어 스크럭스를 영입했을 때 걱정하는 시선이 많았다

테임즈는 KBO리그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외국인 타자 중 한명이었다. 당연히 그런 테임즈의 후임으로 한국땅을 밟은 스크럭스는 부담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김경문 감독과 NC 구단은 더 세심하게 스크럭스를 배려했다. 혹시나 괜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말 한마디도 신경을 썼다.

스크럭스 또한 예의바른 자세와 활달한 성격으로 팀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선수단 미팅을 할 때면 늘 본인이 나서서 동료들에게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내가 한국에 대해 잘 모르니 오늘 꼭 이기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이야기에 NC 선수들도 힘을 얻는다.

벌써 10개의 홈런. 2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역전 투런으로 시즌 10호 홈런을 신고한 스크럭스. 적응도, 실력도 OK다. 제 2의 테임즈가 아닌, 제 1의 스크럭스 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한국에서의 한달 경험해보니 어떤가.

▶정말 좋다. 너무 재미있고 관중들이 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시는 것 같다. 통역을 비롯해 모든 선수들, 모든 스태프들이 날 도와주고 있다.

-한국식 응원 문화에는 적응했나. 미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했을텐데.


▶정말 좋다. 야구장에 늘 음악이 흐르고, 관중들이 춤을 춘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경기 내내 관중들이 노래를 부르고, 심지어 팀이 져도 한다. 정말 보는 재미가 있다. 미국에서는 본 적이 없는 장면이다. 우리 홈인 창원도 마찬가지다. 팬들이 많이 오셔서 분위기를 확 바꾼다. 이런 분위기의 야구장에 오는 것이 즐겁다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부딪히며 경험하니 어떤가.

▶타자들은 미국에서 본 것과 비슷한 것 같은데 투수는 조금 다르다. 특히 사이드암이나 던지는 유형이 다른 투수들이 많은 것 같다. 미국에서는 그런 유형의 투수들을 많이 보지 못했다.

물론 코치님들이나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니까 어려움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지금까지 본 한국 투수들 중에 가장 까다롭다고 생각한 선수는?

▶몇몇 어려운 선수들이 있다. 옆구리 투수들. 사이드암인 롯데 자이언츠 배장호는 낯선 스타일의 투수라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어려운 코스로 공을 던졌다. 삼성 라이온즈 장원삼도 비슷했다.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고, 다음 타석에서 홈런을 쳤다.

-홈런 페이스가 굉장히 좋은데 감이 좋나.

▶감은 괜찮다. 갈 수록 괜찮아지는 것 같다. 홈런은 아니더라도, 내가 해야할 플레이들을 하는데 점점 좋아지고 있다.

-한국 문화 적응은 어렵지 않나.

▶최대한 언어를 많이 배우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다른 나라에서 뛰면서,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지 않는 것은 안좋다고 생각한다. 또 동료들, 코치들에게 예의를 갖춰야 한다.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주위에서 알려준다.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것을 비롯해 예의범절을 많이 배우고 있다.

-한국어도 많이 익숙해졌나.

▶아주 조금 할 줄 안다. '마~ 몇살이고?'(웃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런 간단한 것들만 할 줄 안다. 내 이름이 한글로 쓰여있는 것도 읽을 수 있다. 이름 정도는 알아야하지 않겠나.

-NC 동료들은 어떤가.

▶정말 좋다. 다들 좋은 선수들이고, 좋은 동료들이고, 좋은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그라운드 안에서나 밖에서나 좋은 사람들인 것 같다. 내가 이런 팀에 와서 함께 뛰게 된 것 자체가 행운이다.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2017 KBO 리그 경기가 2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NC 스크럭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5.02/
-처음 한국에서 영입 제안 받았을Œ 어떤 생각을 했나.

▶한국은 알지만, 한국야구에 대해서 정확히는 몰랐다. 그래서 바로 검색을 해봤다. 인스타그램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한국야구에 대한 영상들을 봤다. 한국 음식 영상과 사진도 많이 봤다(웃음). 모든 팀들의 영상을 봤다. 한국 선수들도 봤다. 테임즈나 재크 스튜어트(전 NC), 데이비드 허프(LG)에게 연락해서 한국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그들 모두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더라. 그래서 나도 결정할 수 있었다.

-인터넷으로 어떤 한국 음식을 봤나. 입맛에 잘 맞던가.

▶정말 좋아한다. 한국 음식 때문에 살찌고 있다(웃음). 매 끼니 먹고 있다. 밥, 국 종류도 좋고 고기 음식도 좋다. 어제는 문어도 먹었다. 동료 한명이 스태미너에 좋다고 하더라(웃음). 최근에 한식 뷔페 식당에 갔었는데 정말 마음대로 먹을 수 있더라. 만두나 갖가지 음식들을 엄청나게 먹었다. 한국 음식에 흠뻑 빠진 것(crush) 같다.

-사실 젊은 나이에 외국 리그 도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어려운 결정이었다. 나는 샌디에이고 출신인데, 지구를 가로지르는 셈이니까. 하지만 NC에서는 매일 주전으로 뛸 수 있으니 실력이 늘어날 것이고, 좋은 팀이라 우승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수로서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김경문 감독이 배려와 응원을 많이 해준다.

▶감독님은 진짜 남자다. 잘생겼고(웃음). 늘 좋은 기운을 준다. 내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고 선수들을 세심히 신경쓴다. 그래서 좋다. 나는 그를 '리스펙트'한다. 최고의 감독님이다.

-메이저리그에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은 없나.

▶돌아갈 생각으로 여기에 오지 않았다. 오직 NC에서 잘 할 생각만 한다. 당연하지 않나. 여기서 10년을 뛸 수도 있는 것이다. 1년만 뛰고 돌아가게 되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된다. 나는 일단 우승을 너무 하고 싶다.

-선수단 미팅때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들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나.

▶늘 하고 있다. 통역이 고생이 많다(웃음). 왜냐면 늘 즐겁게 함께 뛰고 싶다. '내가 한국에 처음 왔으니까 이기는 것을 보여달라','여기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 팀을 위한 메시지다. 동료들과의 의사 소통이 아주 편한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기분이 어때', '가족들은 잘 있지?' 이런 이야기는 충분히 할 수 있다. 또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친해지고 있다.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2017 KBO 리그 경기가 2일 잠실구장에서 예정된 가운데 양팀 선수단이 훈련을 펼쳤다. NC 스크럭스가 워밍업을 위해 그라운드로 들어서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5.02/
-수비에 대한 욕심이 있어보인다. 지명타자 출전을 권해도 1루 수비를 고집한다고.

▶당연하다. 수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수비로부터 공격도 시작된다. 나는 1루 뿐만 아니라 3루, 좌익수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지명타자로 뛰고 싶지 않다. 더 많은 휴식을 취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팀을 위해서 뛰고 싶다.

-NC가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기 위해서 본인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팀이 더 잘하기 위해서 힘을 보태는 것이다. 팀이 더 잘하고, 나 역시 더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루나 출루, 다음 타자를 위한 공격 연결 같은 것들이 내 역할이자, 동료들이 함께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할 일이다.

-메이저리그가 나성범을 주목하고 있다.

▶나는 그가 정말 좋다. 스프링캠프 첫날 내 바로 옆 라커가 나성범이었다. 영어로 내게 이야기를 걸어왔고 금새 친해졌다. 나성범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 선수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나성범으로부터 많이 배우고 있고, 우리는 서로 도움을 주고 있다. 메이저리그가 지켜보고 있다니 기쁘다. 충분히 갈 수 있는 선수다.

-한국에서 뛰는 동안 무엇을 얻고 싶나.

▶무조건 우승. 나는 우승을 하고 싶어서 이곳에 왔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현장정보 끝판왕 '마감직전 토토', 웹 서비스 확대출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