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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보장된 1군도, 영원한 2군도 없다" 김경문 감독의 지론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7-05-10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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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의 베테랑 외야수 김원섭은 자신이 신인이었던 해 봄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2001년 두산 베어스에 대졸 신인으로 입단한 그는 시범경기에서 기회를 잡았다. 초반 몇 경기에서 연속 안타를 쳐낼 때 좋은 예감이 왔다. '해볼만 하겠구나.'

하지만 프로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개막 1군 엔트리 진입이 사실상 확정적이었던 상황에서, 시범경기 막바지에 공·수 모두 엉망이 됐다. 결국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았다.

2군에 내려갈 짐을 챙겨 잠실구장 주차장에 있는 차 안에서 펑펑 울고 있는데, 누군가 창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어보니 당시 1군 배터리를 담당했던 김경문 코치였다. 김경문 코치는 김원섭에게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다. 울지 말아라. 내가 보기에 너는 분명히 좋은 재능을 가진 선수니까 2군에서 열심히 하고 있으면 분명히 기회는 온다."

비록 트레이드로 팀을 옮긴 후 빛을 보기 시작했지만, 김원섭은 신인 시절 김경문 코치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잊지 않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된 한마디였다.

▶"2군 안보는 것 같지? 다 보고 있다"

김원섭이 들춰낸 기억을 들은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그런 일이 있었나?"라며 껄껄 웃었다. 하지만 사실이다. 김경문 감독은 평소에도 늘 "열심히, 간절히 하는 선수들에게 기회가 가야한다"고 이야기 한다.

모든 감독들은 1군 뿐만 아니라 2군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당장 대체 인력을 찾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팀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경문 감독은 2군 선수들의 성장을 강조한다. 사실 감독들이 가장 고민하는 시기가 바로 개막 엔트리를 짤 때다. 많은 선수들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내내 열심히 했지만, 1군 엔트리는 27명으로 한정돼 있다. 경쟁에서 밀린 선수들은 2군에 가야한다. 프로의 세계에서 이성적으로 냉정한 판단을 내리면 되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다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당장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고 영원히 기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김경문 감독은 "열심히 하는 2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1군에 적당한 긴장감을 꾸준히 조성해주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NC는 9일 넥센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부상에서 회복한 박민우와 윤병호, 박세웅을 1군에 등록했다. 이형범과 김준완, 박광열이 내려갔다. 김경문 감독은 "2군이 잘하면 1군에도 적당한 긴장감이 생긴다. 선수들은 감독이 2군에 관심을 안갖고, 지켜보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만 모두 다 살펴보고 있다. 1군 경기가 있는 날은 2군 보고서를 통해 꼼꼼히 정보를 모은다. 선수들에게 티만 안낼 뿐"이라고 했다.

▶프로는 안주하면 안된다

김경문 감독은 평소에도 자주 "1군 주전으로 뛰는 선수들이 간절하게 하는 다른 선수들에게 미안하지 않게끔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말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내렸던 결단 중 2가지도 여기와 관련이 있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이호준, 이종욱 등 베테랑들을 과감히 빼고 그 자리에 젊은 선수들을 채워넣었다. 또 그동안 백업으로 뛰었던 모창민과 권희동에게 주전 기회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다른 선수들보다 모창민과 권희동에게 먼저 주전 기회를 준 이유는 그동안의 노력과 공헌도를 감안한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실력도 있고,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다. 팀을 위해 희생했던 부분이 있다. 다른 선수들도 물론 열심히 했지만, 이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모창민과 권희동은 올 시즌 주전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캠프 명단에서 제외된 베테랑 선수들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특히 초대 주장이었던 이호준과 2대 주장을 맡았던 이종욱의 공로를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실력이 떨어진 것도 결코 아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면서 경쟁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팀의 선순환을 위한 결정이다. 김경문 감독은 "영원한 1군은 없다. 그래서 프로는 안주하면 안된다"고 했다.


창원=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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