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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플래툰시스템이 있다. 왼손 투수가 나올 때 왼손 타자를 내지않고 오른손 타자를 내고, 오른손 투수가 나올 때 왼손타자를 출전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야구계에서 내려오는 '왼손 타자는 왼손 투수에 약하다'는 격언에 따른 것이다.
왼손 타자 중 왼손 투수 공을 가장 잘치는 타자는 NC 다이노스의 나성범이었다. 타율 3할6푼2리(69타수 25안타)에 2홈런을 기록했다. 전체 10위. 롯데 자이언츠의 손아섭도 타율 3할4푼4리(90타수 31안타)에 2홈런, 넥센 히어로즈 서건창도 3할4푼1리(85타수 29안타)의 좋은 타율을 보였다.
전체 타율을 봐도 이젠 왼손타자가 왼손 투수에 약하다고 하긴 힘들 듯. 올시즌 왼손 타자들의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은 2할8푼4리(2179타수 620안타)였다. 오른손 타자의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인 2할8푼9리(6843타수 1976안타)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예전보다 왼손 투수가 많아지다 보니 왼손 타자들도 이제 왼손 투수가 생소하지 않게됐고, 왼손 투수에 더 잘치는 타자들도 생겨났다.
그런데도 여전히 왼손 타자가 나올 때 왼손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는 경우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 이유로는 장타력이 꼽힌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은 "예전보다 왼손 투수들이 많아져서 이제 왼손 타자들이 자주 왼손 투수와 상대를 해서 이제 왼손 투수가 왼손 타자에 특별히 강하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왼손 타자들이 왼손 투수를 상대로 홈런을 많이 치지는 않는 것 같다. 왼손 타자에 왼손 투수를 올리는 이유중엔 맞더라도 큰 것을 맞지 말자는 뜻도 있다"라고 했다.
실제로 왼손 투수가 맞은 213개의 홈런 중 왼손 타자가 때린 것은 42개고 오른손 타자가 때린 것은 171개다. 오른손 타자는 40타수에 1개의 홈런씩을 때리는데 왼손타자는 51타수에 1개씩 치고 있는 셈이다. 즉 왼손타자가 오른손 타자보다 왼손 투수를 상대로 홈런을 칠 확률이 낮다.
아직도 왼손 타자가 왼손 투수에 약하다는 말이 맞다고 해야할까. 상대 타율을 보면 이젠 그게 옛말이 된 것도 같지만 여전히 왼손 타자들이 왼손 투수에게 큰 장타를 많이 치지는 못하니 아직도 왼손 타자가 왼손 투수를 넘어섰다고 하기엔 이르다고도볼 수 있을 것 같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