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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의 2017년 가을은 또 슬프다. 10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 역대 최장기간. 프로야구단으로선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상실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찾는 한화팬들의 환호성, 웃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기대-가슴떨리는 개막전-가을이 오기전 PS탈락-고춧가루부대 전락. 지난 10년간 되풀이된 아픔. 이번에도 한화는 내년을 위한 '씨'를 뿌린다. 마음좋은 팬들은 알찬 열매가 맺히길 기원한다. 올해가 유별난 것은 고춧가루가 보통 고춧가루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화의 활약에 따라 가을야구 진출팀들의 최종순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이상군 한화 감독대행은 "괜한 오해를 사긴 싫다. 부상선수들이 많지만 있는 멤버들은 늘 최선으로 꾸린다. 늘 최선을 다하지만 절박한 심정의 상대를 맞으면 더더욱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게 예의다. 간혹 유망주의 선발등판 등을 결정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정상적인 팀운영 범주에 속한다"고 말했다.
올해 가을은 유난히 치열하다. 시즌 초반 잠시 고개를 숙였던 타고투저가 여름부터 극성을 부리기 시작하더니 각팀 불펜진을 거의 초토화시켰다. 대역전승, 대역전패의 희비 쌍곡선이 현란하다. 순위 확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안하기는 1위팀 KIA 타이거즈도 예외는 아니다.
한화는 KIA와 3게임을 치러야 한다. KIA와 두산의 맞대결은 1차례밖에 없다. 반전은 제3자가 어떤 경기력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 NC도 한화를 눈여겨 볼 수 밖에 없다. 시즌 마지막경기를 한화와 해야하고 롯데-한화전 2경기에서 눈을 뗄 수 없다. 한화를 응원해야할 판이다. 이래저래 한화는 관심의 대상이다.
한화는 김태균 정근우 권 혁 이태양 등이 없고 이용규도 교체출전, 최진행 이성열 송광민도 통증을 다스려가며 출전중이다. 라인업이 들쭉날쭉이지만 신진급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친다. 따로 목표는 없지만 매경기 이기는데 집중하다보니 경기력은 오히려 시즌을 통틀어 가장 좋다. '한화 주의보'는 허상이 아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