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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조원우 감독(46)이 처음 스프링캠프를 지휘하던 2016년 2월, 기자는 전훈지인 일본 가고시마에서 조 감독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초보 사령탑'이라는 단어를 몇 차례 사용했다. 이에 조 감독은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는 당시 "처음 감독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린 나이에 감독이 됐다고는 생각 안한다. 지금은 다른 감독님들과 비교해 나이가 적을 뿐이지 어리다는 느낌은 안 갖는다"고 강조했다. 사상 첫 1970년대생 프로 출신 감독의 당당한 자신감이었다.
내부 분위기로는 재계약이 유력하다. 조 감독이 이뤄놓은 성과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롯데 이윤원 단장은 16일 "올해 생각했던 것만큼 선수단이 잘 해준 것 같다"면서 조 감독 재계약 여부와 관련해서는 "길지는 않지만 시간이 있으니까 논의를 하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5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결코 폄하될 수 없는 조 감독의 작품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극적이었다. 전반기를 7위로 마쳐 "올해도 힘든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던 롯데는 후반기 무서운 기세로 순위를 끌어올리며 3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쳤다. 조 감독은 전반기에 무리하지 않고 시스템에 따라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하고, 불펜투수들도 다양하게 활용하며 최적의 보직을 부여했다. 체력과 역할에서 안정 모드로 바뀐 롯데 마운드는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 3.93으로 두산 베어스(3.90)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내며 상승세를 이끌어 갔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준플레이오프 탈락의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다. '4위' NC 다이노스에 패했다. 4차전까지 2승2패로 시리즈를 잘 끌어온 조 감독은 최종 5차전서 마운드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5회초 박세웅-조정훈-이명우로 이어지는 투수 교체에 대한 아쉬움이다. 물론 상대팀 선발투수의 컨디션을 감안하면 분명 쉬운 승부는 아니었다. 하지만 한순간 속절없이 무너지는 경기는 피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5차전과 올시즌 몇 경기만 가지고 조 감독을 바라봐서는 안된다. 감독의 능력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품과 코치생활을 통해 쌓은 지도 철학에서 나온다. 나머지는 경험으로 축적될 수 있는 부분이다. 조 감독은 사령탑 첫 시즌인 지난해 실패에 대해 자신의 실책을 인정했다. 올시즌 조 감독은 실수를 최소화하려 했고, 시행착오를 통해 시스템화된 전력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물이 페넌트레이스 3위다. 이번 포스트시즌 역시 조 감독에게는 소중한 경험으로 쌓일 것이다.
롯데가 2년전 조 감독 영입 당시 판단했다고 한 '소통', '일체감', '팀분위기', '목표의식'에서 조 감독은 모두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