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빈은 2017 1차 신인 지명에서 롯데의 부름을 받았다. 부산고 시절 메이저리그 진출이 거론될 정도로 '초고교급 투수'로 분류됐다. 결국 롯데는 윤성빈을 택했다. 당장 1군 무대에 뛰어들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어깨 부상이 문제였다. 1년을 통째로 쉬었다. 1군과 퓨처스리그에서 모두 1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그 사이 동기들은 1군에서 이름을 날렸다. 넥센 히어로즈 이정후, LG 트윈스 고우석 등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윤성빈은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주변의 조언을 가슴 속에 새기며 천천히 준비했다. 그 결과가 드디어 나타나고 있다.
윤성빈은 연습경기에서 호투 중이다. 당초 "오키나와까지 가는 게 목표다"라고 했는데, 1차 목표를 이뤘다. 그리고 최근 자체 청백전을 포함해 2경기에서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부상 없이 여전히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지고 있다. 윤성빈이 가세하면서 롯데 선발 투수들도 긴장하고 있다.
전지 훈련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윤성빈은 "몸 상태가 좋다. 팀 분위기가 좋고, 기분도 좋다. 많이 배워가고 있다. 또 보여주려는 부분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고 있는 단계다"라고 자평했다. 조금 늦은 출발이지만, 개의치 않았다. 윤성빈은 "어깨 재활로 답답하기도 했다. 정후나 우석이가 모두 1군에서 잘했다. '나도 잘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주변에서 코치님들이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걸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또 나는 빠른 년생(1999년 2월 26일생)이다. 어깨에 1년 쉴 시간을 줘서 좋았고, 근육도 좋아진 느낌이다. 몸 관리나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도 느꼈다. 다음에는 비시즌을 더 귀중하게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만약 윤성빈이 곧바로 신인왕 경쟁에 뛰어들었으면 어땠을까. 본인도 충분히 해볼 수 있는 상상이다. 그러나 윤성빈은 "신인왕을 꿈꾸기도 했지만,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작년에 뛰었다고 하더라도 정후가 너무 역대급 성적을 남겼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윤성빈은 "올해는 1군 엔트리 진입을 생각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이름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아직 신인왕 자격은 남아있으나, 그는 "멀리 보고만 있고 목표로 삼고 있진 않다.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고 했다.
윤성빈의 성공을 응원하는 주변의 목소리도 많다. 윤성빈은 "송승준 선배님이 칭찬을 정말 많이 해주신다. 농담으로 '내 자리가 위험하다'는 얘기를 하신다. 또 손승락 선배님은 '1000억원을 받을 수 있는 선수'라고 말해주신다. 그런 얘기를 해주셔서 정말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제 주변의 응원을 현실로 바꿀 일만 남았다. 동기생들보다 늦게 출발한 윤성빈이 화려한 비상을 꿈꾸고 있다. 오키나와=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