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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가 마주한 혹독한 현실, 빅리그에 포함될까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03-19 14:37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는 오는 30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개막전에 선발로 등판한다. 8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나서는 커쇼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AFPBBNews = News1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는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각)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3이닝 3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타겸업 도전중인 에인절스의 오타니는 그 경기에서 7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커쇼의 커브에 삼진을 당하는 등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날 경기 후 커쇼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타니와의 맞대결 소감을 묻는 질문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우리를 선택하지 않았다. 행운을 빈다"며 뼈있는 답변을 했다. 커쇼는 덧붙여 지난해 12월 오타니가 다저스 구단을 불러 면접하던 날 자신이 참석한 것에 해 "거대한 시간낭비였다(a gigantic waste of time)"고 털어놓기까지 했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진출 포스팅 절차를 밟을 당시 최종 리스트에 오른 7개 구단에 공문을 보내 자신을 뽑으려는 이유와 구단의 육성 시스템 등에 관해 면접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완벽한 '갑'의 입장에서 해당 구단들을 불러 입단 의지를 확인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 커쇼는 동료인 저스틴 터너, 크리스 테일러와 함께 참석했다. 그러나 오타니는 결국 예상대로 지명타자제를 쓰는 아메리칸리그를 선택했고, 다저스는 '닭쫓던 개' 신세가 된 것이다.

물론 구단의 요청이 있었지만 사이영상을 세 차례나 받은 커쇼가 이제 갓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려는 동양인 투수의 면접 부름을 받고 텍사스에서 LA까지 간 자체가 황당한 일인데, 시범경기에서 만나 맞대결을 벌인 소감을 밝혀달라고 했으니 기분좋았을 리는 없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4주차에 접어들었다. 대부분의 구단들이 25인 개막 엔트리를 향해 선수들을 추려가고 있다. 커쇼는 올시즌에도 개막전 선발로 나선다. 2011년 이후 8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낙점받았다. 현역 최고의 투수인 커쇼는 개막전 선발 등판을 매우 영예롭게 여기고 있고, 준비 과정에도 소홀함이 없다. 커쇼는 19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시범경기에서 5이닝 동안 5안타 8탈삼진 무실점의 쾌투를 펼쳤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5차례 등판해 14⅔이닝 11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올시즌 부상만 없다면 4번째 사이영상이 유력한 투수다.

반면 오타니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도 7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삼진 2개를 포함,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시범경기 타율은 8푼3리(24타수 2안타)이고, 투수로는 두 차례 선발 등판해 2⅔이닝 9안타 9실점, 평균자책점 27.00을 마크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지 언론서도 오타니가 마이너리그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MLB.com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궁금한 10가지를 소개하는 코너에서 '오타니가 에인절스의 개막 로스턴에 포함될 것인가?'를 첫 번째 질문으로 던졌다. 기사를 쓴 리차드 저스티스 기자는 '현재로서는 가장 마지막에 해야 할 질문이다. 타석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투구에 관해서는 질문할 게 거의 없다. 오타니는 투타 모두에서 힘든 캠프를 보내고 있고, 에인절스는 그가 메이저리그 적응하는데 있어 마이너리그에서 일정 기간 보내게 하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음을 검토해야 한다'고 적었다. 부정적인 평가다.

다만 저스티스 기자는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 스즈키 이치로가 시범경기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도 정규시즌서 신인왕과 MVP에 오른 사실을 들어 지금의 오타니에 관해서는 확정지어 예측하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오타니가 일본 프로야구에서 수 년간 에이스 역할을 한 뒤 빅리그에 진출한 마쓰자카 다이스케, 다르빗슈 유, 다나카 마사히로와는 달리 혹독한 적응기를 겪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LA 에인절스 일본인 선수 오타니 쇼혜이가 지난 7일(한국시각)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시범경기 4회 타석에서 감이 풀리지 않은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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