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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복귀' 염원 이룬 해커, 과연 성공할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06-21 14:55


◇한국 복귀에 절치부심하던 에릭 해커가 넥센과 계약하며 숙원을 풀었다. 해커가 NC 시절이던 지난 2015년 9월 1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엄지를 세워 보이고 있다. 대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에릭 해커(35)의 한국 복귀가 확정됐다. 행선지는 예상대로 넥센 히어로즈였다.

넥센은 21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오른쪽 손가락 부상을 입은 투수 에스밀 로저스를 웨이버공시하고 대체 선수로 해커와 총 30만달러(약 3억3000만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을 끝으로 한국 무대를 떠났던 해커는 6개월 만에 다시 KBO리그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해커의 넥센행은 시간문제로 전망되어 왔다. 로저스가 지난 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김현수의 타구에 오른손 넷째 손가락을 크게 다쳤다. 수술 후 회복에만 3개월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재활 뒤 투구 감각 회복을 위한 실전 피칭 기간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이나 다름없었다. 고형욱 넥센 단장과 스카우트 담당 직원이 로저스 수술 하루 전날인 지난 7일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14일 복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넥센은 해커 접촉설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시즌 중반 합류하는 외국인 투수로 해커 만한 대안이 없었다는 점에서 넥센이 로저스 대신 해커를 데려올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해커는 올 초부터 한국행을 염원했다. 자신의 SNS를 통해 줄곧 개인 훈련 장면을 공개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넥센과의 협상도 일사천리였다. 자신의 에이전트가 넥센과의 협상에서 몸값을 높게 불렀다는 소식을 듣자 "그럼 내가 직접 에이전트와 말해보겠다"며 몸값을 낮췄다고 한다. KBO리그에 다시 돌아오기 위한 해커의 간절함이 엿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해커는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시즌 간 총 56승(34패),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했다. 지난해도 12승7패를 기록했고, 준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됐다. 오랜 기간 한국에서 뛰면서 타자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고, 큰 무대에서 뛴 경험까지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복귀를 위해 개인 훈련으로 몸을 만들어왔다. 입국 후 라이브피칭 등에서 큰 이상이 없으면 곧바로 실전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과연 해커가 NC 시절의 구위를 보여줄 수 있느냐다. 해커는 지난해 NC와 결별한 뒤 타팀의 집중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넥센이 손을 내밀기 전까지 어느 구단의 부름도 받지 못했다. 팔꿈치 부상 전력과 35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가 걸림돌이었다.

넥센은 미국 현지에서 해커 외에도 마이너리거 2명도 검토 대상으로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커의 구위는 이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행을 위한 행정 절차 면에서 앞서면서 결국 계약까지 이뤄졌다. 그러나 경쟁자들을 뛰어 넘을 만큼 이목을 집중 시킬 만한 투구가 아니었다면 넥센에서의 활약 가능성도 반반으로 갈릴 수밖에 없다. 개인 훈련과 환경이나 분위기가 천지차이인 실전에서 제 기량을 보여줄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엇갈리는 시선 속에서도 해커 본인의 의지 만큼은 남다르다. 해커는 "KBO리그에 복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넥센에 감사하다. 미국에서 개인훈련을 하며 실전에 대비해왔다. 피칭에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컨디션이 좋기에 남은 시즌 넥센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포스트시즌을 넘어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해커는 오는 25일 입국해 취업 비자 발급 등의 절차를 거친 뒤 넥센 선수단에 합류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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