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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시즌 주전 유격수요? 당연히 김성현입니다."
다만, 이름값만으로 쉽게 주전을 정하는 건 아니다. 염 감독이 주전 선수를 정하는 데는 명확한 기준이 있다. 일례로 2루수-유격수 자리를 오가다 올시즌 우승 유격수로 발돋움한 김성현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건 강승호, 박승욱 등 젊은 선수들의 존재 때문이다. 김성현의 경우 클러치 실책이 많아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디테일을 중요시 하는 염 감독이기에 다른 주전 유격수를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포스트시즌에서 깜짝 활약을 한 강승호가 그 유격수 대안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들렸다.
하지만 마무리 훈련에서 만난 염 감독은 "내년 시즌 개막전 유격수는 김성현"이라고 못박았다. 염 감독은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김성현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해줬나. 능력이 더 좋은 선수가 들어와도, 일단 주전은 김성현이다. 그게 올해 좋은 활약을 해준 선수에 대한 예우"라고 강조했다. 염 감독은 "김성현 뿐 아니다. 현재 불펜으로 쓸 수 있는 젊은 자원들이 많다. 하지만 박정배에게는 개막 엔트리 한 자리를 줘야 한다. 박정배가 시즌 초 마무리 역할을 해주고 불펜에서 버텨주지 못했다면 우리 우승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주전으로 인정을 받는다 해 방심하면 큰 일이다. 염 감독은 "보여준 게 있기에, 기회를 먼저 주는 것이다.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은 선수 본인의 몫이다. 감독은 주전 선수가 흔들릴 때 이를 메울 수 있게 준비를 해야한다. 주전이 야구를 못하는데, 계속 기용해도 다른 동료들이 납득하지 못한다. 준비를 잘한 선수가 나타난다면, 그 선수가 주전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넥센 시절에도 주전이라고 인정받든 몇몇 선수가, 약간 한눈을 파는 사이 다른 선수들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는 사례가 있었다.
SK는 한국시리즈 우승팀이다. 그만큼 멤버가 탄탄하다. 선수 이동도 거의 없을 예정이다. 한두개의 포지션을 빼면, 올해 주전으로 활약한 선수들이 내년 시즌에도 중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이번 마무리 캠프에서 많은 선수들이 염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방심했다가는 내년 시즌 개막 후 얼마 못가 방을 ?壺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가고시마(일본)=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