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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오키나와 캠프 막바지였다.
난감해진 건 구자욱이었다. 뒤늦게 캠프에 합류한 뒤 박해민 선배한테 "본의 아니게"라며 사과까지 했다.
속이 상했다. 그는 어렵사리 속내를 털어놓았다.
박해민은 그러면서 "수비 가치도 인정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실 박해민의 수비 가치는 실로 대단하다. 공인구 반발력이 줄면서 외야 인필드 타구 처리가 중요해진 상황. 수비 잘하는 외야수의 가치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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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대구 키움전. 박해민의 수비 진가가 제대로 드러났던 경기였다. 3-0으로 앞선 8회초, 오승환이 등판했다. 2사 후 3루타와 볼넷에 이어 서건창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3-1로 쫓겼다.
2사 1,2루 위기가 이어졌다. 후속 김하성 타석. 145㎞ 높은 직구를 라인드라이브로 때렸다. 뒤로 물러나 있던 외야수가 도저히 잡을 수 없는 100% 안타성 타구였다. 하지만 바로 스타트를 끊은 박해민이 어느 새 공과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몸을 날렸다. 쭉 뻗은 글러브 안에 가까스로 공이 들어갔다.
덕아웃에서 시즌 첫승을 기다리던 선발 백정현과 5465일 만의 홀드 도전에 나선 오승환을 동시에 살린 슈퍼캐치였다. 박해민의 이 호수비가 없었다면 삼성은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다음 날 부터 대체 선발들이 줄줄이 등판해야 하는 상황. 역전패를 당했다면 분위기 침체 속에 연패에 빠질 수도 있었다. 어렵사리 마련한 백정현의 시즌 첫 승도 무산될 수 있었다. 복귀 후 두번째 경기였던 오승환에게도 정신적 타격이 올 수 있었던 순간.
'수비 달인' 박해민은 최근 답답했던 공격에서도 조금씩 해법을 찾고 있다. 화두는 짧게 끊어서 밀어치기다. 9일 키움전에서 좋은 안타 2개를 날렸다. 시즌 시작 20경기 째 만에 볼넷도 골라 출루했다. 박해민은 10일 키움전에서도 7회 2사 후 중전안타로 출루하며 찬스를 이어갔다.
강한 타구를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당겨치려는 욕심을 버렸다. 새로운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최대 장점을 살리는 길은 출루에 있음을 깨달았다.
박해민은 삼성에 꼭 필요한 핵심 선수다. 발 빠른 그가 출루 빈도를 높이면 삼성 타선은 엄청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팀을 살리고, 선배 투수 둘을 한꺼번에 살린 박해민의 호수비. 수비는 슬럼프가 없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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