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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메이저리그는 생애 두 번째 등판이었지만 KBO리그를 합치면 통산 300번째 경기였다. 경험 많은 베테랑도 무대와 환경이 바뀌면 당황스럽긴 매한가지였을까. 메이저리그 첫 선발 등판은 긴장감 백배였다.
▶모자 어쨌어?
2007년 KBO리그에 데뷔해 통산 298경기에 등판했고, 2008년 MVP를 차지한 한국야구 에이스 김광현. 메이저리그에선 그도 신인이었다. 피칭에 몰두한 채 깜빡한 게 있었다.
돌발 상황은 또 있었다. 1회말이 끝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던 김광현은 갑자기 몸을 돌려 마운드로 다시 뛰어갔다. 이때 중계화면이 끊기면서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다. 상대편 더그아웃으로 간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지만 알고보니 두고온 로진백을 가지러 간 것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로진백도 개인이 따로 소지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김광현은 이를 잠시 잊고 로진백을 마운드에 두고 왔다. 2회부터는 같은 실수가 없었다.
▶나? KBO리그 136승 투수야
작은 실수들은 김광현이 피칭에만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 또 다른 증거였다. 지난 7월 25일 1이닝 마무리 등판 이후 24일만에 마운드에 올라 실전 감각과 체력에서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1회말 스트레이트 볼넷, 고의4구까지 내주면서 1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5번 이안 햅을 3구 삼진으로 잡아내더니 6번 데이비드 보트는 이날 최고 구속인 시속 91.6마일(147.4㎞)의 빠른 공으로 유격수앞 땅볼을 유도했다.
김광현은 경기후 "만루에서 점수를 주더라도 아웃카운트를 잡는다는 생각을 했다. 쉬운 상황은 아니었지만 최대한 편하게 던지려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3회말에도 무사 1, 2루 위기를 병살타와 직선타로 넘겼다. 4회말 햅에게 솔로포를 맞은 것은 두고 두고 아쉬웠지만 투 아웃까지 잘 잡아낸 뒤 교체됐다. 그의 빅리그 첫 선발은 무난했다.
▶기대감은 커진다
이날 김광현은 총 57개의 공을 뿌렸다. 직구 25개, 슬라이더 20개, 체인지업 7개, 커브 5개. 초반엔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로 던지다가 커브와 체인지업을 더했다. 오랜만의 등판이었기에 60개로 투구수는 제한돼 있었다. 훈련 부족 후유증은 예상된 바 였다. 이날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91.6마일(147.4㎞)이었는데 4회말엔 90마일을 넘기지 못했다.
슬라이더 역시 구속이 떨어졌다. 2회말 최고 시속 86.2마일(138.7㎞)의 고속 슬라이더를 던졌던 김광현은 3회말부터는 구속이 83마일 이하로 내려갔다. 슬라이더 비중도 점차 줄어들어 4회말엔 12개의 투구 중 2개만이 슬라이더였고 체인지업을 4개 섞었다. 그동안 격리로 실내에서 개인 훈련만 했던 탓에 훈련량이 부족했다. 체력을 보충하면서 훈련을 거듭한다면 구속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양쪽 코너를 찌르는 제구는 나쁘지 않았고 체인지업(12.2%)과 커브(8.8%)를 쓰면서 직구와 슬라이더 투피치라는 인상을 지운 점도 긍정적이었다. 김광현은 초구에 상대 타이밍을 뺏기 위해 커브를 던지기도 했다. 제구가 잡히지 않아 커브 5개 중 볼이 4개였지만 KBO리그에서 잘 써먹었던 구종이다. 체인지업 역시 잘 활용했다. 3회말 무사 1,2루 때 3번 하비에르 바에즈를 3루수앞 병살타로 잡았던 구종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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