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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워윅 서폴드가 귀찮아할 만큼 자주 찾아가서 많이 물어봤다. '타자와의 승부는 3구 안에 끝내는 게 좋다. 선발투수의 최고 덕목은 긴 이닝을 던지는 것'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올해 김진욱은 더그아웃에서의 뜨거운 눈물로 화제가 됐다. 지난 8월 6일 NC 다이노스 전, 김진욱은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선발 장시환의 뒤를 이어 7회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노진혁에게 역전 3점 홈런을 허용했다. 룸메이트이자 멘토인 장시환의 경기였기에 더욱 아팠다. 김진욱의 눈물은 방송국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날은 나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나서 저절로 눈물이 났다. 이해창 선배가'원래 맞으면서 크는 거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위로해주셨다. 장시환 선배도 '뭐가 미안하냐, 괜찮다'고 해주신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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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화의 외국인 선수 워윅 서폴드와 브랜든 반즈는 '가장 잠재력이 높은 투수'를 묻는 질문에 한목소리로 김진욱을 꼽았다. 서폴드는 "김진욱을 주목하라. 정말 매력적인 투수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주고 싶다"고 극찬했다. 반즈도 "별명이 '더 머신'이다. 정말 좋은 몸을 타고났다.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칭찬했다.
"3년간 불펜만 준비하다가, 갑자기 선발로 바뀌면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도움을 청할 일이 있으면 열에 여섯 번은 서폴드를 찾아갔다.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부터 체인지업 던지는 방법까지 배웠다. '타자와의 승부는 가능하다면 공 3개 안에 끝내라', '작년보다 공이 훨씬 좋아졌다. 자신있게 던져라' 같은 조언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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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의 우상은 '끝판왕' 오승환이다. 그는 "오승환 선배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 처음 보던 날은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TV로만 보던 선수가 눈앞에 있으니까 너무 떨리더라"며 웃었다. 크지 않은 키에서 뿜어내는 강속구가 김진욱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하지만 김진욱의 목표는 마무리에서 선발로 바뀌었다. 타자와의 볼카운트 싸움이나 긴 이닝을 끌고가는 경기 운영 등 선발투수의 재미를 많이 느꼈기 때문. 김진욱은 "구속에 신경쓰느라 투구폼이 너무 와일드해서 회가 지나갈수록 힘이 뚝뚝 떨어졌다. 페이스를 조절하는 요령은 뒤늦게 조금씩 익혔다"며 멋적게 웃었다.
2021년 한화의 국내 선발진은 장시환 김민우 김범수가 유력하다. 하지만 시즌이 길고, 변수가 많은 야구의 특성상 김진욱에게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내년에는 1군에서 풀시즌을 소화하고 싶다. 가을야구보다는 기왕이면 우승을 목표로 뛰겠다."
대전=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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