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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SSG 랜더스에서 KBO리그 데뷔를 앞둔 추신수(39)가 선수단에 합류했다.
-선수들과 만난 소감은.
▶되게 설레였다. 긴장감은 전혀 없었다. 격리 기간 선수들의 운동하는 모습을 봤다. 성격 등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뭔가 많은 부분을 알고 왔다. 하루 빨리 동료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인사 자리에서 많은 이들이 '떨리지 않느냐'고 묻는데 전혀 그러진 않았다. 오랜 시간 이날을 기다렸다. 굉장히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처음 3~4일 정도는 굉장히 따분하고 지루했다. 다르게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인생을 살며 한 곳에서 2주간 머무르며 아무런 걱정 없이 지냈던 게 없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주어진 시간을 즐기자는 생각을 했다. KBO 연습경기를 보며 분석할 수 있는 시간도 됐다.
-경기 장면을 보며 느낀 점은.
▶야구는 다 똑같다. 미국서 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KBO리그도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굉장히 많다. 어떤 선수들이 좋은 투수인지, 타자인지, 외야수들의 움직임 등을 파악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메이저리그와 차이점이 있었나.
▶아무래도 투수들의 평균 볼 스피드가 2~3㎞ 정도 떨어지는 것 외엔 잘 모르겠다. 아직 연습경기 기간이다보니 선수들도 컨디션을 많이 점검하는 시간이다. 지금 판단하긴 이르다.
-미국과 다른 스타일로 가나.
▶이제껏 해온대로 접근할 것이다. 미국 시절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임할 것이다. 준비 과정이나 야구에 대한 마음가짐 모두 같이 할 것이다.
-선수단 대부분이 본인이 야구를 대하는 자세 등에서 귀감이 되길 바라는데.
▶내가 하는 게 모든 게 맞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 루틴이나 야구를 대하는 생각, 방식은 하루 아침에 생긴 게 아니다. 많은 선수들과 생활하며 좋은 점을 배우고 맞지 않는 것은 버리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지금의 루틴이 만들어진 것 같다. 선수들에게 '이렇게 준비해'보다는 많은 예시를 주고 바른 예를 보인다면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 같다. 안 맞으면 버리게 될 것이다. 모든 선수들의 재능, 조건이 다르다. 그런 부분을 선수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아마추어가 아니고 프로이니 스스로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버리지 않은 루틴 한 가지가 있다면.
▶많은 게 있는데, 젊었을 때는 훈련량이 많았다. 지금은 어린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무거운 중량을 든다고 해서 없던 중량이 생기지 않는다. 내 위치에서 중요한 게 뭔지 파악을 하는 게 우선이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수축되고 부상도 많아지기에 스트레칭, 러닝을 많이 신경쓴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피드를 내려고 하면 부상이 찾아온다. 웨이트보다는 유연성 쪽에 중점을 두고 있다.
-첫 방문이 사직구장인데 남다른 기분일 것 같다.
▶삼촌(박정태 전 코치)이 이 곳에서 야구를 했다. 밥 먹듯 들락날락 했던 곳이다. 경비실에 계신 분도 알 정도다. 많은 선배님들을 보며 야구 선수의 꿈을 키운 굉장히 소중한 곳이다. 내 야구인생에 뗄레야 뗄 수 없는 곳이다. 처음 사직구장에서 선수단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더 설 게 사실이다. 20년 동안 많이 달라진 모습도 생소하다. 한국에서 이 곳을 찾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런 모습을 보니 한국에 온 게 좀 더 실감난다.
-우승에 대한 갈망이 클 듯 하다.
▶메이저리그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며 우승은 항상 원했던 것이다. 운동 선수라면 누구나 원하는 자리고 내 마지막 목표였다. 한국행의 갈림길에서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SSG를 보며 우승에 대한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때문에 결정을 쉽게 할 수 있었다. 지인들은 '빅리그에서 우승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했지만, 와닿지 않았다. 미국에서 못했지만 한국에서 하는 게 오히려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 미국에서 20년 간 야구를 하면서 추신수를 잘 모르고 가까이 하기 쉽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팬들에게 좀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게 됐다. 한국에 돌려드릴 게 더 많다고 본다. 이런 생각을 이해해준 가족들에게 감사하다.
-컨디션 상태는.
▶몸 상태는 너무 좋다. 굉장히 가볍다. 다만 실내에 있을 때와 그라운드에 있을 땐 굉장히 다르다. 내일 휴식일이고 이후 팀 훈련에 참가하게 된다. 하루 이틀은 몸 상태를 보고 타격 훈련, 러닝 등을 해보고 감독님과 상의해서 빠르면 (출전이) 삼성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결과에 상관없이 공을 바라보고 실전 감각을 익혀야 한다.
-이태양에게 선물을 준 것으로 아는데.
▶알아보니 세상에 당연한 건 없더라. 받으면 고맙다는 표현을 해야 한다. 내게는 17번이 굉장히 의미 있는 번호다. 초등생 시절부터 17번하면 추신수였다. 내게는 특별한 등번호다. 야구 선수 추신수에게 애착이 가는 번호다. SSG행 결정 후 17번을 단 선수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부탁을 했다. 그런데 이태양이 먼저 구단에 양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후배지만 너무 고맙다. 이태양에게 17번이 의미가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게 아니라고 하니 내가 받게 됐다. 너무 고마웠다. 미국에선 (등번호 양보 후 선물이) 항상 있는 일이다. (이태양의 등번호 양보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나였다면 망설였을 수도 있다.
-부산 팬들에게 한마디.
▶솔직히 부산 팬들은 섭섭하실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미국에 오래 있었다. 내가 여기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어도 실제로 보지 못하신 분들이 많았을 것으로 본다. 그 분들 앞에서 건강하게 야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된다고 본다. 부산에서 야구를 시작하고 꿈을 키웠지만 이젠 SSG 선수다. 미국에서도 모두가 원하는 팀에서 뛸 수는 없다. 팬들도 이해해줄 것으로 믿는다.
-태극마크에 대한 생각은.
▶김인식 전 감독님, 김경문 감독님과 통화를 했다. 먼저 물어보는 게 예의라고 말씀해주신 부분도 감사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병역혜택을 받고 대표팀에 참가하는 부분에 대한 의견도 많았다. 한국에 올 때부터 (대표팀은) 생각했던 부분이다. "내가 실력이 된다면, 절 뽑아달라"고 (김경문 감독에게) 이야기 했다. WBC 때 좋지 않은 몸상태로 나서 힘들었던 경험이 있는데, 내가 100%가 아니라면 팀에 도움을 줄 수 없다. 건강하고 실력이 된다면 반드시 나가야 한다. 하지만 첫 번째는 팀에 도움이 되는 몸상태여야 한다.
-SSG가 유니폼에 붉은 색을 유지하겠다고 하는데.
▶너무 좋았다. 전체가 붉은 색이었으면 좋겠다(웃음). 17번이 뗄 수 없는 번호지만, 어릴 때부터 붉은 색을 좋아했다. 이상하게 붉은 색을 보면 힘도 나더라. 미국 시절에도 붉은 장갑을 끼고 타석에 임했다. 유니폼에도 붉은 색이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시즌 목표는.
▶주변에서 예상 성적을 너무 크게 봐주시더라. 크게 부담은 안된다. 144경기 한 시즌을 건강하게 뛴다면 어떤 성적을 낼 지 나 자신을 알고 있다. 걱정하지 않는다. 건강이 우선이다. 예전엔 몸이 안좋아도 밀고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나이가 있으니 한발 두발 물러날 줄도 알게 됐다고 생각한다. 오늘 잘 안되면 내일 하면 된다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당장 성적을 말하기보다, 일단 건강하게 시즌을 완주하는 게 목표다.
-2주 만에 자유의 몸이 됐는데 마침 휴식일이다. 꼭 하고 싶은 일은.
▶일단 선수들과 얼굴을 익혀야 한다. 처음 선수들을 보니 다 선배 같더라. 너무 어린 나이에 한국을 떠났다. 어떤 선수가 선배고 후배인지 몰라 다 인사를 했다. 선수들 이름, 얼굴을 익히고 코치님, 구단 관계자 모두 익혀야 한다. 그게 중요하지 않나 싶다.
-최근 2년간 발사각이 높아졌는데 기술적으로 생각한 부분은.
▶발사각, 타구 속도를 의식하진 않는다. 지금 야구가 너무 숫자 위주가 되다보니 우리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걸 잊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공을 치려고 노력하면 발사각, 타구 스피드는 반드시 는다. 내가 원하는 공을 치지 않아서 발사각, 타구 스피드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참고는 하지만 의식적으로 늘리려 스윙 스피드를 늘리거나 위로 치진 않는다. 나하고는 거리가 먼 것 같다.
-피하고 싶은 투수는.
▶딱히 그런 부분은 없었다. 연습경기 투구 패턴을 많이 지켜봤다. 어떤 식으로 공을 던지고 타자들을 아웃시키는 지를 봤다. 어떤 선수가 잘 하는지보다 어떤 식으로 승부하는 지를 지켜보려 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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