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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SSG 랜더스에서 KBO리그 데뷔를 앞둔 추신수(39)가 선수단에 합류했다.
-선수들과 만난 소감은.
처음 3~4일 정도는 굉장히 따분하고 지루했다. 다르게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인생을 살며 한 곳에서 2주간 머무르며 아무런 걱정 없이 지냈던 게 없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주어진 시간을 즐기자는 생각을 했다. KBO 연습경기를 보며 분석할 수 있는 시간도 됐다.
-경기 장면을 보며 느낀 점은.
야구는 다 똑같다. 미국서 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KBO리그도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굉장히 많다. 어떤 선수들이 좋은 투수인지, 타자인지, 외야수들의 움직임 등을 파악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메이저리그와 차이점이 있었나.
아무래도 투수들의 평균 볼 스피드가 2~3㎞ 정도 떨어지는 것 외엔 잘 모르겠다. 아직 연습경기 기간이다보니 선수들도 컨디션을 많이 점검하는 시간이다. 지금 판단하긴 이르다.
-미국과 다른 스타일로 가나.
이제껏 해온대로 접근할 것이다. 미국 시절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임할 것이다. 준비 과정이나 야구에 대한 마음가짐 모두 같이 할 것이다.
-선수단 대부분이 본인이 야구를 대하는 자세 등에서 귀감이 되길 바라는데.
내가 하는 게 모든 게 맞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 루틴이나 야구를 대하는 생각, 방식은 하루 아침에 생긴 게 아니다. 많은 선수들과 생활하며 좋은 점을 배우고 맞지 않는 것은 버리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지금의 루틴이 만들어진 것 같다. 선수들에게 '이렇게 준비해'보다는 많은 예시를 주고 바른 예를 보인다면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 같다. 안 맞으면 버리게 될 것이다. 모든 선수들의 재능, 조건이 다르다. 그런 부분을 선수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아마추어가 아니고 프로이니 스스로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버리지 않은 루틴 한 가지가 있다면.
많은 게 있는데, 젊었을 때는 훈련량이 많았다. 지금은 어린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무거운 중량을 든다고 해서 없던 중량이 생기지 않는다. 내 위치에서 중요한 게 뭔지 파악을 하는 게 우선이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수축되고 부상도 많아지기에 스트레칭, 러닝을 많이 신경쓴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피드를 내려고 하면 부상이 찾아온다. 웨이트보다는 유연성 쪽에 중점을 두고 있다.
-첫 방문이 사직구장인데 남다른 기분일 것 같다.
삼촌(박정태 전 코치)이 이 곳에서 야구를 했다. 밥 먹듯 들락날락 했던 곳이다. 경비실에 계신 분도 알 정도다. 많은 선배님들을 보며 야구 선수의 꿈을 키운 굉장히 소중한 곳이다. 내 야구인생에 뗄레야 뗄 수 없는 곳이다. 처음 사직구장에서 선수단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더 설슌 게 사실이다. 20년 동안 많이 달라진 모습도 생소하다. 한국에서 이 곳을 찾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런 모습을 보니 한국에 온 게 좀 더 실감난다.
-우승에 대한 갈망이 클 듯 하다.
메이저리그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며 우승은 항상 원했던 것이다. 운동 선수라면 누구나 원하는 자리고 내 마지막 목표였다. 한국행의 갈림길에서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SSG를 보며 우승에 대한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때문에 결정을 쉽게 할 수 있었다. 지인들은 '빅리그에서 우승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했지만, 와닿지 않았다. 미국에서 못했지만 한국에서 하는 게 오히려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 미국에서 20년 간 야구를 하면서 추신수를 잘 모르고 가까이 하기 쉽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팬들에게 좀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게 됐다. 한국에 돌려드릴 게 더 많다고 본다. 이런 생각을 이해해준 가족들에게 감사하다.
-컨디션 상태는.
몸 상태는 너무 좋다. 굉장히 가볍다. 다만 실내에 있을 때와 그라운드에 있을 땐 굉장히 다르다. 내일 휴식일이고 이후 팀 훈련에 참가하게 된다. 하루 이틀은 몸 상태를 보고 타격 훈련, 러닝 등을 해보고 감독님과 상의해서 빠르면 (출전이) 삼성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결과에 상관없이 공을 바라보고 실전 감각을 익혀야 한다.
-이태양에게 선물을 준 것으로 아는데.
알아보니 세상에 당연한 건 없더라. 받으면 고맙다는 표현을 해야 한다. 내게는 17번이 굉장히 의미 있는 번호다. 초등생 시절부터 17번하면 추신수였다. 내게는 특별한 등번호다. 야구 선수 추신수에게 애착이 가는 번호다. SSG행 결정 후 17번을 단 선수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부탁을 했다. 그런데 이태양이 먼저 구단에 양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후배지만 너무 고맙다. 이태양에게 17번이 의미가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게 아니라고 하니 내가 받게 됐다. 너무 고마웠다. 미국에선 (등번호 양보 후 선물이) 항상 있는 일이다. (이태양의 등번호 양보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나였다면 망설였을 수도 있다.
-부산 팬들에게 한마디.
솔직히 부산 팬들은 섭섭하실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미국에 오래 있었다. 내가 여기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어도 실제로 보지 못하신 분들이 많았을 것으로 본다. 그 분들 앞에서 건강하게 야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된다고 본다. 부산에서 야구를 시작하고 꿈을 키웠지만 이젠 SSG 선수다. 미국에서도 모두가 원하는 팀에서 뛸 수는 없다. 팬들도 이해해줄 것으로 믿는다.
-태극마크에 대한 생각은.
김인식 전 감독님, 김경문 감독님과 통화를 했다. 먼저 물어보는 게 예의라고 말씀해주신 부분도 감사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병역혜택을 받고 대표팀에 참가하는 부분에 대한 의견도 많았다. 한국에 올 때부터 (대표팀은) 생각했던 부분이다. "내가 실력이 된다면, 절 뽑아달라"고 (김경문 감독에게) 이야기 했다. WBC 때 좋지 않은 몸상태로 나서 힘들었던 경험이 있는데, 내가 100%가 아니라면 팀에 도움을 줄 수 없다. 건강하고 실력이 된다면 반드시 나가야 한다. 하지만 첫 번째는 팀에 도움이 되는 몸상태여야 한다.
-SSG가 유니폼에 붉은 색을 유지하겠다고 하는데.
너무 좋았다. 전체가 붉은 색이었으면 좋겠다(웃음). 17번이 뗄 수 없는 번호지만, 어릴 때부터 붉은 색을 좋아했다. 이상하게 붉은 색을 보면 힘도 나더라. 미국 시절에도 붉은 장갑을 끼고 타석에 임했다. 유니폼에도 붉은 색이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시즌 목표는.
주변에서 예상 성적을 너무 크게 봐주시더라. 크게 부담은 안된다. 144경기 한 시즌을 건강하게 뛴다면 어떤 성적을 낼 지 나 자신을 알고 있다. 걱정하지 않는다. 건강이 우선이다. 예전엔 몸이 안좋아도 밀고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나이가 있으니 한발 두발 물러날 줄도 알게 됐다고 생각한다. 오늘 잘 안되면 내일 하면 된다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당장 성적을 말하기보다, 일단 건강하게 시즌을 완주하는 게 목표다.
-2주 만에 자유의 몸이 됐는데 마침 휴식일이다. 꼭 하고 싶은 일은.
일단 선수들과 얼굴을 익혀야 한다. 처음 선수들을 보니 다 선배 같더라. 너무 어린 나이에 한국을 떠났다. 어떤 선수가 선배고 후배인지 몰라 다 인사를 했다. 선수들 이름, 얼굴을 익히고 코치님, 구단 관계자 모두 익혀야 한다. 그게 중요하지 않나 싶다.
-최근 2년간 발사각이 높아졌는데 기술적으로 생각한 부분은.
발사각, 타구 속도를 의식하진 않는다. 지금 야구가 너무 숫자 위주가 되다보니 우리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걸 잊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공을 치려고 노력하면 발사각, 타구 스피드는 반드시 는다. 내가 원하는 공을 치지 않아서 발사각, 타구 스피드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참고는 하지만 의식적으로 늘리려 스윙 스피드를 늘리거나 위로 치진 않는다. 나하고는 거리가 먼 것 같다.
-피하고 싶은 투수는.
딱히 그런 부분은 없었다. 연습경기 투구 패턴을 많이 지켜봤다. 어떤 식으로 공을 던지고 타자들을 아웃시키는 지를 봤다. 어떤 선수가 잘 하는지보다 어떤 식으로 승부하는 지를 지켜보려 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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