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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구장이 타오르고 있다. '한 지붕 두 가족'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2년 연속 준플레이오프(3전2선승제)에서 만났다. 두산과 LG는 오너가의 야구 사랑이 특별한 팀이다. 야구단 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가 이번 맞대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LG는 한이 서려 있다.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무려 27년간 별을 새기지 못했다. 1994시즌을 앞두고 고 구본무 LG 회장(당시 LG트윈스 구단주)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우승을 기원하는 술 한통을 사왔다. 그해 실제 우승을 했고, 1995년초 재차 우승주를 사왔다. 하지만 26년간 술통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술은 조금씩 증류돼 거의 바닥을 드러낸 상태지만 술통만은 조심스럽게 보관돼 있다. 고 구본무 회장의 의지가 투영된 물건이다. 구본무 회장이 한국시리즈 MVP에 주겠다며 1998년에 사온 고가의 롤렉스 시계는 잠실구장 LG 트윈스 사장실 금고에 보관돼 있다. 지난해 '오버홀(분해소제)'을 실시했다. 주기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 시계는 21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다.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구본무 회장의 큰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KBO 총재를 역임했다. 둘째 동생인 구본준 LX홀딩스 회장도 LG 트윈스 구단주였다. 막내 동생인 구본식 LT그룹 회장까지. 4형제의 야구사랑은 각별했다. 사회인 야구, 동호회 야구 등 실제 글러브와 공을 쥐고 야구를 즐겼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구광모 LG 회장(LG 트윈스 구단주)은 아직 야구장을 직접 찾지 못했다. LG가 가을 진격을 거듭한다면 구단주의 잠실구장 방문 가능성은 높다.
최근 두산그룹은 자금 위기를 겪었다. 그룹 자회사를 매각하며 자구책도 마련했다. 야구단 매각 이야기도 나왔지만 그때마다 강한 애착을 숨기지 않았다.
두산과 LG는 어린이날마다 맞대결이 필수 편성되는 리그 최고 라이벌 대전이다. 어렵사리 관중입장도 재개됐다. 잠실이 들썩인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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