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큰 기회, 개인 목표 無…오로지 우승" 황혼의 베테랑은 '독기'를 품었다[SC함평]

연합뉴스

[함평=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어느 덧 마흔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거포 본능은 여전했다.

닻을 올린 KIA 타이거즈 스프링캠프, 최형우(39)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훈련 첫 날부터 진행된 타격 훈련에서 시원한 장타를 잇달아 뽑아내면서 비시즌 준비한 기량을 유감없이 풀어냈다.

올 시즌은 최형우에게 승부처다. 지난해 부진의 아픔이 여전하다. 13년 연속 100안타 기록을 마감하고,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뒤 훈장처럼 달고 있던 3할 타율-4할 출루율 행진이 멈췄다. 부상 악재 속에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팀의 간판 타자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자책이 클 수밖에 없다. 시즌 뒤 "후배들이 중심타선의 무게를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는 등, 적잖은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김종국 감독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최형우의 발언을 전해들은 김 감독은 "그건 본인 생각일 뿐"이라고 웃은 뒤 "(최)형우도 좋은 후배가 나온다면 뒤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최형우는 최형우라고 본다. 중심 타선으로 (활용할 선수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형우는 "6번 타자 이야기는 그냥 개인적인 의견이었을 뿐이다. 모든 것은 감독님 결정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고, 내 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이 올해 좌익수 활용 방침을 밝힌 점을 두고는 "작년엔 벤치에서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작 주어지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올해는 감독님이 진지하게 외야 수비 준비를 말씀하셨다. 잘 안될 수도 있지만, 준비해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위로 시즌을 마감한 KIA의 초점은 오로지 반등에 맞춰져 있다. 지난해 가능성을 보여준 이의리, 황대인 등 젊은 선수 뿐만 아니라 나성범, 양현종이 가세하면서 중량감까지 생겼다. 반등과 육성에 초점을 맞췄던 김 감독 역시 상위권 도약으로 목표를 수정해 나가는 모습.

최형우는 "올해 개인 목표는 없다. 오로지 우승"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지난해 개인적으로 부진했지만, 팀적으로도 화가 많이 났다. 너무 무기력하게 지는 경기가 많았다. 아무리 순한 사람이라도 그런 상황에선 화가 났을 것"이라며 "그런 시즌을 다신 겪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모든 팀이 잘 하겠다고 하지만, 기회라는 게 쉽게 오진 않는다. 팀이 짜임새를 갖춰가는 것도 큰 기회"라며 "작년에 잘했던 젊은 선수들이 활약을 이어가고, 새로 합류한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상위권에 도약해 지키는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선수들끼리 아직 '우승'이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내진 않았지만, 기회라는 게 쉽게 오지 않는다. 다시 기회가 온 이 시점에서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최선을 다해 상위권으로 도약하는 시즌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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