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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수베로 감독은 "튼튼한 하체에 타구를 고른 방향으로 보내는 좋은 타자"라며 "방망이를 다룰 줄 아는 정교함을 겸비한 파워히터"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도 모자라 아예 베네수엘라의 살아있는 전설 미겔 카브레라를 빗대 '민규 카브레라'란 별명까지 지어줬다.
그에게 거는 기대를 짐작케 하는 대목.
시범경기 들어 거침 없는 스윙으로 연일 장타를 쏟아내고 있다. 14,15일 사직 롯데전에서 이틀 연속 담장 직격 2루타를 쏟아냈다. 14일 2타점, 15일에는 멀티히트에 4타점을 쓸어담았다. 17일도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추가했다. 7타점으로 17일 현재 시범경기 리그 타점 1위다.
"검색을 안 해봐서 카브레라가 어떻게 야구하는 지 잘 모른다"고 말할 만큼 자신의 야구 발전 외에 다른 일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스타일. 그런 대범함이 클러치 순간 강한 집중력을 부른다. 한화가 애타게 찾던 클러치 히터형 거포다.
포화 상태인 내야에서 어떻게 생존할 지가 최대 관심사.
수베로 감독은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라며 "한 포지션에 국한되지 않고 1루수, 2루수, 3루수, 지명타자, 심지어 외야에서도 나쁘지 않았다"며 자리는 만들기 나름임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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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방지다. 과도한 의욕은 자칫 신예가 흔히 겪는 시행착오를 부를 수 있다.
실제 아찔한 장면이 있었다. 15일 롯데전에서 9회 적시 2루타를 날리기 전 자신이 친 파울 타구에 왼쪽 정강이를 강타당했다.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던 정민규는 억지로 일어나 적시 2루타를 날리는 투혼을 발휘했다. 하지만 고통이 남은 듯 2루까지 제대로 뛰지 못했다. 결국 코치와 상의 후 대주자로 교체됐다. 절뚝 거리며 벤치로 물러나 우려를 자아냈다. 다행히 '큰 문제 없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 자칫 개막도 하기 전 중도 하차 할 뻔 했다.
타격이나 주루 시 불편해도 정강이 보호대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정민규는 이날 보호대 착용 없이 나섰다. 힘 있는 풀히터임을 감안하면 무모한 행동이다.
언제든 강한 타구가 자신의 정강이를 강타할 지 모른다.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은 건 실수다. 언제, 어디서든 반드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몸 관리도 실력'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시범경기 눈부신 활약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상방지란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17일 창원 NC전에 앞서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보호대 착용 여부는 자신의 선택이다. 이렇게 하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며 선수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했다.
하지만 하루를 쉬고 이날 NC전에 교체 출전한 정민규는 레그가드를 차고 타석에 섰다. 8회 1사 3루에서 시원스런 스윙으로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리며 3경기 연속 타점을 이어갔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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