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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인사드릴 기회가 없었는데…."
배 코치의 현역 시절은 '레전드'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스토리도 풍부했다. 우완 정통파 투수였던 그는 경북고를 졸업한 뒤 2000년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해 곧바로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 189⅔이닝을 던지면서 17승을 거둔 그는 정규시즌 MVP와 골든글러브를 품었다. 2005년과 2006년에도 15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삼성의 에이스로서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2006년 팔꿈치 통증을 참아가며 공을 던졌고, 결국 시즌 종료 후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팬들은 인대를 바쳐 우승을 안겼던 그에게 '푸른 피의 에이스'라는 별명을 안겼다.
수술 후유증은 컸다. 시속 150㎞가 넘던 구속이 140㎞ 초반대로 떨어졌다. 계속된 고전에 은퇴 위기에도 내몰렸다. 해법은 있었다. 강속구는 사라졌지만, 안정적인 제구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부활한 배영수와 함께 삼성은 2011~2014년 4시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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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코치는 전문가 투표에서 79표(40.51점), 팬 투표에서 232,804표(4.26점)를 받아 총 점수 44.77점으로 레전드 35위로 당당하게 40인 레전드 속으로 들어갔다.
배 코치는 현역 시절 가장 많은 시간 몸을 담았던 삼성과 마지막을 함께 한 두산의 팬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두산 김태룡 단장으로부터 40인 레전드 트로피를 받았고, 삼성 오승환과 두산 홍건희가 나와 대표로 꽃다발을 전하며 축하했다. 배 코치의 세 자녀도 아빠와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배 코치는 "감회가 새롭다. KBO에서 40주년 기념해 레전드로 선정해주셔서 감사드리고, 프로야구에 발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은퇴하면서 삼성 팬들에게 제대로 인사를 못 드렸는데 선수생활 때 정말 감사했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3루 더그아웃에 인사했다. 삼성 팬도 '배영수' 이름을 외치며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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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마친 뒤 배 코치는 "아내와 아이들, 장모님 장인어른이 모두 야구장에 온 건 처음"이라며 "삼성 팬들도 그렇고, 은퇴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는데, 이번에 인사를 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울컥한 순간도 있었다. 배 코치는 "(오)승환이 보니 울컥했다. 박진만 대행, 정현욱 코치를 보니 옛날 생각이 나더라"라며 "특히 승환이는 요즘 고전하는데 다시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 코치가 삼성 선수단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동안 삼성팬들은 일제히 '배영수'를 연호했다. 모처럼 고향팀 팬들의 응원을 들은 배 코치는 "옛날 생각이 났고, 소름도 돋았다"고 고마워했다. 배코치는 이어 "두산들도 항상 잘해주신다. 또 한화 팬도 아직도 많은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인사를 남겼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