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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위기속에 기회가 있다. 한국프로야구는 기로에 섰다.
'당신의 일상 속으로(Sliding to your life)'란 슬로건 속에 진행된 11일 간의 짧은 기간 동안 무려 8500명의 젊은 팬들이 몰렸다. 예상을 넘는 뜨거운 인기.
모두가 놀랐다.
삼성 라이온즈는 올시즌 9위로 부진하다. 하지만 평균 관중은 5강 안에 든다.
13연패 수모 속에서도 팬들은 꾸준히 홈 구장 라이온즈파크 3루 측 관중석을 메우고 있다. 암흑기를 극복하고 지난해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며 지친 팬들에게 희망을 던진 여파.
MZ세대를 향한 꾸준한 노력도 한 몫 했다.
젊은 세대 트렌드 파악을 위해 MZ세대를 인턴으로 채용하고, 젊은 콘텐츠 발굴을 위해 라이온즈 크리에이터 8명을 채용해 아이디어의 지평을 넓혔다.
야구장 복도에 긴 줄을 서게 하는 '인생네컷' 스튜디오 설치, 팬들의 참여로 완성되는 L ONS포토존, 올스타전 태군마마 이벤트 등 참신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위기 속 프로야구의 미래. MZ세대에 달렸다.
미래이자 현재의 소비와 트렌드의 주체인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한 미래는 없다. 프로야구 인기 회복을 위해 발 벗고 나선 KBO 허구연 총재의 포커스도 MZ세대에 맞춰져 있다.
소비의 핵심은 콘텐츠다. 그들은 진부한 콘텐츠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힙하고 트렌디한 반짝반짝한 콘텐츠에 열광한다.
야구단은 야구를 파는 곳이지만 야구가 전부는 아니다. 과거 열혈 야구팬들과 소비 성향과 결이 다르다. '지루하지 않은 엣지 있는 장소'라는 이미지와 여운이 중요하다.
'3시간이 훌쩍 넘는 긴 시간'이란 야구 특성상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시간의 텐션을 흥미진진한 콘텐츠를 통해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면에서 야구장은 놀거리, 볼거리, 먹거리가 혼재된 복합 테마파크 처럼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돼야 한다. 야구 경기는 수많은 즐길거리 속 하나로 존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창원NC파크 일대 전체가 공룡테마파크로 탈바꿈 하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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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등 큰 그룹 오너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의미 있는 투자를 통해 야구장을 가는, 야구장에 머무는, 야구를 보는 재미와 맛을 키워줘야 한다.
야구단과 야구장은 MZ세대 소비 트렌드의 상징적 통로가 될 수 있다.
야구 경기 자체 뿐 아니라 야구로 파생된 각종 콘텐츠를 통해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다면 MZ세대 관심이 몰릴 수 밖에 없다. 이를 통해 그룹 전체에 대한 친근감과 기업과 상품에 대한 이미지도 크게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
야구단 마케팅 성공이 그룹 전체의 마케팅 제고에 도움이 되는 사례는 지난해 프로야구에 입성한 신세계 그룹에서 찾을 수 있다. 정용진 구단주의 적극적 투자 속에 폭발적인 팬 증가세를 경험하고 있는 SSG 랜더스는 야구장 마케팅 성공을 본사로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프로야구단 활성화 이후 SSG닷컴에 20대, 30대 젊은층 유입이 괄목상대하게 늘었다는 것이 신세계그룹 측의 분석이다.
그룹 전체 입장에서 볼 때 야구단 투자는 큰 돈 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저비용, 초고효율' 구조 창출의 통로가 될 수 있다. MZ세대 유입을 위한 투자와 노력이 갈수록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