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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뛰다보니까 됐어요. 딱히 40도루를 의식하진 않았는데…"
KIA는 1회초 롯데 안치홍의 실책과 팀 배팅을 앞세워 2점을 먼저 따냈다.
2회초에는 박찬호의 발끝이 불을 뿜었다. 선두타자로 나와 안타로 출루한 박찬호는 곧바로 2루를 훔쳤고, 롯데 포수 정보근의 송구 실책이 나온 사이 3루까지 내달렸다. 이어진 무사 1,3루에서 김도영이 6-4-3 병살타를 쳤음을 감안하면, 박찬호가 아니었다면 점수가 안 날 수도 있었다.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이날의 주인공이었다. 4회 롯데의 첫 만회점을 내준 장본인이 다름아닌 박찬호였다. 2사 2루에서 황성빈의 유격수 땅볼 때 바운드를 맞추지 못하고 실책, 첫 실점의 빌미를 줬기 때문. 하지만 자신의 방망이와 발로 이를 만회하고도 남았다.
이날 2개의 도루를 추가한 박찬호는 생애 첫 40도루를 달성하는 기쁨도 누렸다. 2019년 첫 도루왕을 차지할 때는 39개였다. 2위 김혜성(키움 히어로즈·34개)와의 차이를 벌리며 도루왕 가능성도 한층 높였다.
경기 후 만난 박찬호는 "올해는 출루가 많아져서 자연스럽게 도루도 늘어난 것 같다. 커리어에서 출루율이 가장 높지 않나. 리드오프로 나가면서 타석도 전보다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우리 중심타자들이 좋다보니 투수들이 변화구를 많이 던진다. 그러다보니 도루 타이밍이 많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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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가 상대 투수들의 모션을 연구하기보단 전력분석팀과 조재영 코치님이 만들어주신 거에 난 숟가락만 올린다. 3년전에 도루왕 할"때나 올해나 같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결과"라고 강조했다.
"사실 2019년은 우리가 지는 경기가 많았다. 점수 차가 많이 날 때 뛴 도루도 많았다. 올해는 내가 봐도 좀 알찬 것 같다. 경기가 팽팽할 때 많이 뛰었다. 팀 승리를 이끈 순간도 많았던 것 같다."
4회 실책에 대해서는 "순간 바운드를 맞추지 못했다. 히어로가 되는 날 꼭 이런 실책이 나오더라. 그래도 (고)종욱이 형 적시타로 홈 들어올 때 '됐다' 싶었다"며 웃음을 머금었다.
"2019년에 도루왕 할 때 '내 마지막 도루 타이틀'이란 생각을 했다. 1등할 정도보단 20~30개 정도 도루하는 선수가 되고자 했다. 어떻게 보면 선수 생명을 갉아먹지 않나. 하지만 도루를 안하면 나란 선수의 매력이 없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나와 도루는 ?呼 없는 관계다."
광주=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