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쿠바 청소년야구대회. 타격 하나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거포 1루수가 있다. 장충고 3학년이었던 이두환. 타율 3할6푼4리(33타수12안타) 3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안산공고 3학년 김광현(SSG)이 MVP에 오르는 등 마운드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했다면 이두환은 뛰어난 타격 능력으로 1루수 부문 대회 올스타를 차지했다. 한국은 미국을 제압하고 정상에 섰다.
이두환은 2007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2010년 퓨처스리그에서 21홈런을 친 그는 그해 1군 13경기에서 타율 3할2푼 1홈런 6타점 OPS 0.847으로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할 거라는 평가도 이어졌지만, 2010년이 그의 마지막 1군 경기였다. 2011년 부상에 시달렸고, 2012년 희소병인 대퇴골두육종 진단을 받았다. 동료와 팬들 모두 그의 복귀를 간절히 응원했다. 그러나 결국 그해 12월21일 먼 길을 떠나게 됐다.
야구계의 못 다 핀 꽃이 진 순간. 함께 한국 야구를 이끌겠다고 다짐했던 친구들은 눈물로 친구를 보냈다.
당시 주축으로 뛰었던 양현종(KIA) 김광현 이용찬(두산) 등 친구들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스타가 됐다. 주장이었던 김강은 코치로 KT 위즈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이두환이 눈을 감은 지 13년째. 여전히 현역으로 뛰는 선수도 있고, 은퇴를 하며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한 선수도 많아졌다.
각자의 위치와 상관없이 이들은 12월21일에는 먼저 떠난 친구를 떠올리는 시간을 갖는다. 이두환이 세상을 떠난 지 몇 년간은 '일일호프'나 유소년 야구 교실 등을 진행했다. 이제는 하루 전 모여 시간을 보내고, 기일에 맞춰 이두환의 봉안당을 찾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많은 눈이 내렸다면 올해는 화창한 날씨였다. '88둥이'는 모여 친구를 떠올렸다.
사진=김강 KT 코치 제공
사진=김강 KT 코치 제공
이용찬에게 이두환은 더욱 각별한 이름이다. 장충고에서 함께 뛰었고, 두산 입단 동기가 됐다. 이용찬은 2007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이용찬은 "(이)두환이는 정말 잘했던 선수다. 재능을 다 못 펼쳐서 그게 아쉽다. 두산에서 포지션이 겹친 선배들이 많아 아무래도 기회를 많이 못 받았다"라며 "안 아프고 지금까지 야구를 했다면 어느정도 선수가 됐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타격 하나는 진짜 재능이 있던 친구다. 초등학교 때부터 타격만큼은 정말 유명했던 선수였는데 아쉽다. 아프지 않고 재능을 다 펼쳐봤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앞선다"고 했다.
어느덧 13번째 12월21일. 이용찬은 "청소년 대회가 끝나고 매년 겨울에 한 번씩 모이자는 말을 했다. 두환이가 떠난 뒤에는 더 돈독해진 거 같다"라며 "모이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귀한 시간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