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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전 LG트윈스 사이드암 투수 한선태(28)가 질롱코리아에 합류한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만류한, 누구도 안 가본 길.
야구에 대한 무한 애정과 열정으로 기어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던 만큼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보람이 있었다.
한선태는 끊임 없이 성장했다.
볼 스피드가 빨라졌고, 변화구도 다양해졌다. 무엇보다 제구가 안정적으로 잡혔다.
첫해 우려를 낳았던 '게임 체력'도 선수 출신 만큼 올라왔다. 이제는 멀티 이닝도, 연투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다. 후반기 체력저하도 더 이상 없는 일이 됐다. 올시즌 마지막 퓨처스리그 경기였던 지난 6일 한화전에서는 3이닝을 소화했다. 2안타 무4사구 무실점. 탈삼진 4개의 완벽한 피칭이었다.
그 경기가 프로 무대 마지막 경기가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올시즌 잔부상 없이 퓨처스리그에 풀 타임 활약하며 37경기 44⅓이닝을 소화한 한선태는 24개의 탈삼진을 잡는 동안 볼넷이 8개에 불과할 정도로 안정된 제구를 자랑했다. 하지만 끝내 콜업은 없었다.
1년 내내 리그 최강을 자랑한 LG 막강 불펜은 한선태의 1군 진입을 허락할 여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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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태는 방출 후에도 공을 놓지 않고 있다.
지인이 운영하는 경기도 군포 쇼케이 스포츠베이스볼 아카데미에서 시즌 수준으로 공을 던지고 있다. 집인 부천 역곡에서 지하철로 1시간씩 걸리는 거리지만 단 하루도 빠짐 없이 나가고 있다.
"다른 팀에서 콜이 올 수 있고, 테스트 일정이 잡힐 수도 있기 때문에 시즌 처럼 운동하며 퍼포먼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 그만큼 한선태에게 야구는 간절함 그 자체다.
선수단을 짜고 있던 질롱코리아에서 한선태의 방출 소식을 듣고 바로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한선태에게는 타 구단의 영입 제안이 먼저였다.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
"당장 결정할 부분이 아니어서 감사하지만 나중에 연락드리겠다고 했어요. 타 구단 연락을 기다렸는데 결국 오지 않았죠. 부상 선수, 이탈 선수 자리가 있을 수 있다고 해서 기다렸습니다."
한선태는 질롱코리아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번 입증할 생각이다. 비 선수출신에 대한 왜곡된 시선은 그림자 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그래서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다.
하지만 밥 먹듯 해온 실패는 그의 무릎을 꺾을 수 없다. 한선태의 야구인생은 실패를 먹고 자랐다.
"실패요? 제의 부족함을 알 수 있는 계기죠. 실패가 거듭할 수록 강해지는 거니까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수 있다고 믿어요. 지난 4년 간 경험도 큰 힘이죠. 이제는 저를 야구하지 않았던 사람으로 보는 사람은 없어요.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죠."
끊임 없는 도전과 실패. 무한 반복의 루프처럼 보이지만 한선태가 그리고 있는 원은 점점 더 사이즈를 늘려가고 있다. 과연 그 확장의 끝은 어디일까. 결과보다 과정에 주목해야 할 선구자의 재도전 길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