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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감독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 KBO리그에선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5일(한국시각)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홈경기. 1-4로 뒤진 7회말 1사후 오닐은 조 히메네스의 79마일짜리 느린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전안타를 쳐 출루했다. 다음 타자 조던 워커의 좌전안타가 이어져 1,2루로 득점 찬스가 생겼다.
후안 예페즈가 아웃되자 세인트루이스 벤치는 대타 브랜던 도노반을 내세웠다. 도노반은 상대 바뀐 투수 딜런 리를 상대로 깨끗한 우전안타를 날렸다. 이때 2루주자 오닐이 3루를 돌아 홈으로 쇄도했다. 그러나 애틀랜타 우익수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의 정확한 송구에 홈에서 아웃되고 말았다.
경기 후 마몰 감독은 "우리 팀에는 정말 열심히 뛰는 선수들이 많다. 거기서 베이스를 그렇게 도는 것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우리의 플레이 스타일이 아니다"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열심히 뛰지 않았다는 뜻이다.
팝 워너 3루코치는 팔을 돌리며 홈으로 향하라고 사인을 보낸 상태이고, 오닐도 2사후였기 때문에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오닐은 홈으로 달려가는 과정에서 고개를 돌려 상대 수비진을 살짝 바라봤다. 천천히 달렸다는 소리다. 물론 아쿠나 주니어의 송구는 강하고 정확했다.
마몰 감독은 곧바로 오닐을 불러 다그쳤다. 오닐은 발이 느린 주자가 아니다. 2021년 15도루, 작년 14개의 도루를 각각 성공했다. 올시즌 그의 주력은 초속 8.5m로 전체 선수들 중 상위 21%에 해당한다.
MLB.com은 '오닐이 3루를 조심조심 돌아 홈에서 아웃돼 이닝이 끝나자 마몰 감독이 불러세웠다. 발이 빠른데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당시 부시스타디움에는 비가 강하게 내리고 있었고, 워너 3루코치가 그를 돌렸을 때 카디널스는 3점차로 뒤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몰 감독은 '오닐이 3루에서 멈췄어야 했나"라는 질문에는 "기본적으로 그건 주자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3루코치를 왜 거기 세워 두겠나. 멈추라는 사인이 날 때까지는 100% 전력으로 뛰어야 한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오닐의 생각은 달랐다. 오닐은 지난해 두 차례 햄스트링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했다. 지난 겨울 러닝 폼을 바꿨고, 스케줄에 맞춰 훈련도 했다.
오닐은 "감독님이 내 주루에 대해 꽤 단호하게 말씀하셨고,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신다. 난 매일 여기에 나와서 162경기를 위해 내 희생을 감수하며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고 억울함을 표시했다. 마몰 감독의 지적이 틀렸다는 뜻이다.
이어 그는 "난 베이스를 빠르게 돌려고 노력했다. 이곳 세인트루이스에서 다양한 달리기 주법과 그런 것들에 대해 많은 일을 해왔다. 세인트루이스는 내가 오랫동안 뛸 수 있도록 해준 곳이다. 그래서 아마도 내 플레이에 너무 많은 생각이 담겨 있었던 것 같다.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