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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포항야구장에서 묘한 상황이 발생했다.
7번 류지혁이 KIA 선발 마리오 산체스의 초구 122㎞ 커브를 당겼다. 우익수 나성범이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평범한 뜬공을 잡기 위한 자리잡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공은 나성범의 한참 뒤쪽 펜스 쪽을 향했다. 해가 지는 어스름한 하늘과 낮은 조도의 조명 사이에서 공을 놓쳤다.
뒤늦게 우익수 나성범과 중견수 소크라테스가 달려왔다. 중계를 했지만 2루주자 강한울은 물론 타자 주자 류지혁까지 홈을 밟았다. 그라운드 홈런이 되는 순간.
하지만 공식기록은 우중간 담장을 넘는 비거리 120m 투런 홈런이었다. 류지혁의 시즌 첫 홈런.
홈런 여부에 대한 KIA의 요청으로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지만 홈런 판정은 번복이 없었다.
KIA 김종국 감독이 이 장면을 분명하게 목격한 소크라테스의 증언을 근거로 심판진에 "펜스 쿠션을 맞고 넘어간 부분을 놓친 것이 아니냐"고 어필했지만 비디오 판독이 내려진 상황이라 심판 합의에 의한 추가 번복은 불가능했다. 중계를 하던 박용택 해설위원도 "정정이 돼야 할 부분이다. 아니라면 명백한 오심이 된다"고 말했다.
명백히 펜스를 타고 넘어간 타구. 왜 이런 오심이 내려졌을까.
이유는 제2구장인 포항야구장의 특성 탓이 있었다.
포항야구장은 타 구장에 비해 조명의 폭이 좁다. 그만큼 조도가 낮다.
때마침 해질 무렵 포항구장은 어둡고 하늘과 공 색깔을 구분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심지어 중계 카메라 마저 공을 놓쳤다. 우익수 나성범을 비쳤다. 하지만 타구는 나성범 뒤에 펜스 위쪽에 떨어졌다. 그러다보니 비디오판독의 근거가 되는 화면도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오심은 분명했다.
관중 손에 맞은 타구가 펜스를 넘어갈 공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여부에 따라 인정 2루타냐 그라운드 홈런이냐 여부가 갈릴 수는 있었다. 하지만 홈런으로 인정한다고 해도 적어도 그라운드 홈런으로 인정됐어야 했다.
제2구장의 한계와 중계 화면의 부족을 감안하더라도 자세히 보면 펜스를 먼저 맞은 장면 만큼은 구분이 가능했다. 아쉬운 오심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