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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대구에서 LG에 위닝시리즈를 거두고 두산과 1승1패를 거둔 뒤 인천으로 온 삼성 라이온즈. 2위 SSG 랜더스에 11일 첫 판을 이겼다. 9회 노블론 마무리 서진용에게 패배를 안기며 5대4로 승리했다.
12일 선발 백정현의 6이닝 1실점 호투 속 2-1 역전에 성공했지만 10회 연장 끝에 한유섬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2대3으로 역전패했다.
결승전이었던 13일에는 0대4로 완패했다. 새 외인투수 와이드너(6⅔이닝 4실점)가 SSG 김광현(7이닝 무실점)과의 리턴매치에서 밀렸던 것이 표면적 원인. 결국 삼성은 우세시리즈를 내주며 대구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그 중심에 주포 호세 피렐라가 있었다. 중요한 순간마다 찬물을 끼얹은 주범이었다. 이틀에 걸쳐 결정적인 순간 3차례 병살타로 추격 흐름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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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피렐라 타석. 차마 4번타자에게 번트를 시킬 수 없었다.
얼핏 번트 자세를 취하는 듯 하던 피렐라는 특유의 힘찬 스윙을 시작했다. 서진용은 일관되게 포크볼만 던졌다. 초구 유인구에 크게 헛스윙. 2구 볼. 3구째 살짝 높아 보인 포크볼에 주심의 손이 올라갔다. 1B2S. 4구째 낮게 떨어지는 공을 힘으로 당겨 친 타구가 유격수 앞 병살타로 이어졌다. 결정적인 찬스가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13일에도 피렐라의 병살타 행진은 이어졌다.
0-2로 뒤진 4회초. 선두 류지혁이 우전안타로 출루했다. 첫 선두 타자 출루였다.
1사 후 4번 피렐라 타석. 슬라이더 초구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낸 피렐라는 김광현의 2구째 체인지업을 또 한번 힘으로 당겼다. 유격수 앞 병살타로 이닝 종료.
0-3으로 뒤진 7회초. 6회까지 91구를 던진 김광현이 7회를 마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안 그래도 6회 2사 후 김현준에게 볼넷을 준 뒤 마운드에 쪼그리고 앉아 상태를 묻는 심판에게 "힘들어서요"라고 말했던 터. 사실상 낮 경기에 일주일 두차례 등판. 체력적으로 힘들 만 했다.
상황을 간파한 선두타자 구자욱이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날 경기 두번째 선두타자 출루.
심각함을 느낀 코칭스태프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그리고 4번 피렐라 타석.
역시 초구 슬라이더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낸 피렐라는 2구째 143㎞ 직구를 힘껏 당겼다. 배트 밑에 맞은 타구가 크게 바운드 되며 3루수에게 향했다. 최정이 빠르게 2루로 연결해 병살타를 완성했다. 피렐라의 이날 경기 두번째 병살타. 김광현의 표정에 미소가 살아나는 순간, 삼성의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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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렐라는 올시즌 득점권에서 2할7푼3리에 그치고 있다. 무리한 당겨치기 일변도의 스윙으로 찬스를 무산시키는 빈도가 잦다. 밀어치는 안타가 크게 줄어든 이유 탓이다.
16개의 병살타는 리그 최다다. 지난해 19개의 병살타를 넘어설 페이스다. 3할4푼2리에 28홈런 109타점을 기록하며 키움 이정후와 MVP를 다퉜던 지난해에 비해 위력이 크게 줄었다.
올시즌 타율 2할8푼4리에 10홈런, 59타점의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KBO리그 세 시즌 만에 커리어로우를 칠 위기.
피렐라 출전은 기회비용이 따른다. 최근 타격감이 좋고 공-수-주에 걸쳐 쓰임새가 많은 김성윤이 벤치를 지켜야 하는 상황.
여러모로 피렐라의 반등이 절실하다. 자칫 '쓰려니 아쉽고, 안 쓰자니 아까운'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