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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은 없다’ 주먹 내리치며 화 삭힌 사령탑, 선수들과 얼싸안고 12회 연장 승리 환호 [인천 현장]

정재근 기자

기사입력 2023-08-19 11:59


'뒤끝은 없다’ 주먹 내리치며 화 삭힌 사령탑, 선수들과 얼싸안고 12회…
연장 10회초 1사 1, 3루 정주현 타석. 1, 3루 주자의 이중 도루 작전이 실패하자 염경엽 감독이 주먹을 내리치며 화를 삭였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인천=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1위 팀 LG 트윈스와 2위 팀 SSG랜더스의 맞대결. 0-4로 뒤지던 LG 트윈스가 12회 연장 승부끝에 8대4 역전승을 거뒀다. 짜릿한 헤피엔딩이다. 하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LG와 SSG의 시즌 10차전. LG는 최원태가, SSS는 커크 맥카티가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LG가 6회까지 맥카티를 상대로 6개의 안타를 뽑아냈지만, 결정타가 터지지 않으며 득점에 실패한 반면, SSG는 4회 추신수의 안타와 최정의 사구, 최주환의 스리런포로 3점을 먼저 뽑아냈다. SSG는 6회 1사 만루에서 강진성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더 달아났다.

하지만, 맥카티가 효과적으로 막은 LG 타자들이 SSG 불펜 투수들에겐 버거웠다. 7회초 문승원을 상대로 볼넷 2개를 연달아 얻어낸 LG는 박해민이 1타점 적시타를 치면서 추격을 시작했다. 이어 박동원의 적시타로 4-2. 그런데 이때 박동원이 오버런으로 아웃될 위기에 처했다. 3루 주자 박해민이 그 틈을 이용해 홈을 노렸지만, SSG 내야수들이 빠르게 대처해 박해민을 태그아웃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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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초 1사 1, 2루 박동원이 1타점 적시타를 친 후 2루를 노리다 런다운에 걸렸다. 이 때 박해민의 움직임을 본 내야수들이 빠르게 3루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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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을 노렸지만, 결국 손해본 건 LG

'뒤끝은 없다’ 주먹 내리치며 화 삭힌 사령탑, 선수들과 얼싸안고 12회…
4-4 동점을 만든 오스틴. 7회초 2사 1, 2루 오스틴이 적시타와 실책으로 3루까지 진루한 후 환호하는 모습
추격의 흐름이 끊길 뻔한 아쉬운 주루 플레이. 그러나 후속타자들이 기세를 다시 살려냈다. 김현수의 볼넷으로 주자 1,2루. 오스틴이 우익수 앞 안타를 쳤고, SSG 우익수 한유섬의 황당한 포구 실책이 겹치면서 LG의 주자 2명이 모두 홈인했다. 4-4 동점.

경기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먼저 찬스를 잡은 팀은 LG다. 10회초 1아웃 이후 문보경, 문성주의 연속 안타로 1,3루 찬스가 만들어졌다. 후속타자는 정주현. 정주현이 초구에 번트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SSG 벤치의 손지환 수비코치가 내야 수비진을 향해 바쁘게 사인을 보내기 시작했다. 주자 1, 3루 상황에서의 상대팀 이중 도루를 의식한 대처다.

SSG의 예상대로 3구째 승부에서 LG의 이중도루 작전이 나왔다. 일단 이재원 포수는 고민없이 2루를 향해 공을 던졌다. 그와 동시에 2루수 최주환이 커트를 하기 위해 2루 베이스 앞쪽으로 달려 나왔다. 그런데 이재원의 송구가 정확하지 못했다. 원바운드 된 공을 가까스로 잡은 최주환이 다시 홈을 향해 송구했고 문보경이 여유있게 태그아웃됐다.


'뒤끝은 없다’ 주먹 내리치며 화 삭힌 사령탑, 선수들과 얼싸안고 12회…
이재원의 2루 송구 실수가 있었지만, 문보경의 주루 실수가 더 컸다. 한 번 멈칫 한 후 홈으로 달린 문보경이 많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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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도루 작전 실패. 염경엽 감독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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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가 대비를 했다고 해도, 문보경이 지체없이 홈으로 달렸다면 세이프였다. 그게 너무 아쉬웠던 염경엽 감독이 주먹으로 보호 펜스를 내리치며 화를 삭이는 모습.
결국 1,2위 팀의 맞대결 1차전은 12회까지 이어졌다. 12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날 경기를 '지배하게 될' 문보경이 타석에 섰다. 호투하고 있던 최민준과 7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끝에 문보경이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결승 솔로포를 터트렸다.


'뒤끝은 없다’ 주먹 내리치며 화 삭힌 사령탑, 선수들과 얼싸안고 12회…
벤치 제일 왼쪽이 염경엽 감독. 모두가 만세를 외치는 상황에서도 공이 떨어지는 순간까지 지켜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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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이 확인되자 염경엽 감독이 함께 만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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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환호한 사람도 염경엽 감독. 두 주먹을 쥐며 문보경을 맞이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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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의 아쉬움을 모두 털어버린 문보경의 결승포였다.
LG의 홈런포는 계속 됐다. 문성주의 볼넷과 도루로 계속된 2사 2루 찬스. 전 타석에서 이중 도루 실패 후 스탠딩 삼진으로 물러났던 정주현이 승리에 쐐기를 박는 홈런을 터뜨렸다. 이번에는 왼쪽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 3점 차로 달아난 LG는 김민성의 추가 홈런까지 나왔다. 김민성이 바뀐 투수 이로운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터뜨리면서 길었던 연장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10회에서 12회까지 극과 극을 오간 LG 트윈스. 주먹을 내려치며 화를 삭였던 염경엽 감독은 문보경의 홈런에 누구보다 기뻐했다. 또 쐐기포를 터트린 정주현이 들어오자 코치, 선수들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환호하는 세리머니를 연출했다. KBO리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다.


'뒤끝은 없다’ 주먹 내리치며 화 삭힌 사령탑, 선수들과 얼싸안고 12회…
어깨동무를 한 채 정주현을 기다린 염경엽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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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세리머니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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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경, 정주현에 이은 김민성의 솔로포. 최정의 넋이 나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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