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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정말 어려운 공을 건져냈다. 투수가 이런 슬라이딩(다이빙)캐치를 하다니…"
부위를 가리지 않는 가벼운 통증부터 손톱이나 손가락에 생긴 미세한 이상까지, 투수의 컨디션을 뒤흔드는 요소는 야수의 경우보다 훨씬 다양하다. 투수를 가리켜 '예민한 동물'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때문에 투수의 다이빙캐치는 보기드문 장면이다. 특히 마운드 부근을 지나가는 타구가 아니라 내야 쪽 타구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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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나마 정신이 멍해질만도 하다. 국대 우완, 소속팀의 토종 에이스라 해도 평정심 유지가 쉽지 않다.
NC의 다음 타자 박민우는 번트를 댔다. 타구는 1루 라인 쪽으로 살짝 떠올랐다. 쉽게 잡기 어려운 높이, 속도의 번트 뜬공이었다.
곽빈은 달랐다. 그대로 전력질주, 떨어지는 공을 향해 온몸을 던졌다. 망설임은 보이지 않았다. 공은 글러브로 빨려들었다.
현역 시절 밥먹듯이 다이빙캐치를 했던 이대형 해설위원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위원은 "슈퍼세이브가 나왔다. 투수가 이런 다이빙을 하다니 깜짝 놀랐다"면서 "만들어서 하는(불필요한) 슬라이딩이 있고 진짜가 있다. 이번 곽빈의 플레이는 진짜다. 팔을 끝까지 쭉 뻗어서 공을 건져냈다"며 혀를 내둘렀다.
곽빈은 전반기 12경기에서 65이닝을 소화하며 8승2패,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했다. 피홈런이 단 1개 뿐이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직구 구위만큼은 안우진 다음 가는 투수"라고 칭찬할 정도였다. 리그를 압도하는 토종 에이스가 또한명 탄생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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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3⅔이닝 7피안타(홈런 2) 4실점의 부진 끝에 4회말 도중 교체됐다. 팀이 5대12로 패하면서 시즌 6패째를 기록했다. 그런 스스로의 답답함이 플레이에 나타난 걸까.
곽빈은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서도 핵심 역할을 해야할 투수다. 지난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도 승선해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일본전(⅔이닝 1실점) 체코전(1⅓이닝 2실점)으로 자신의 역량을 펼치지 못했던 그다. 아시안게임에선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