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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감독을 잘 만나는 것도 선수에게는 행운.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 특히 샌디에이고는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가장 유명하고 몸값 비싼 선수들이 여럿인 팀이다. KBO리그를 평정한 김하성이라도 긴장하고, 적응의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또, 실력적인 측면에서도 구속과 구위가 다른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김하성은 영리했다. 자신의 캐릭터를 확실히 잡았다. 수비. 지난 시즌 유격수 골든글러브 후보로 선정되며 미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아쉬운 건 타격. 지난 시즌 홈런 11개를 때려냈지만, 타율이 2할5푼1리에 그쳤다. 출루율 3할2푼5리. 상위 타순, 중심 타순에는 들어갈 수 없는 성적이었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여름까지는 타순이 오락가락했다. 주로 하위 타순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샌디에이고 밥 멜빈 감독은 김하성의 특성을 눈여겨봤다. 양대 리그에서 모두 감독상을 수상한 베테랑 감독의 촉이었다. 파워와 컨택트 능력을 고루 갖춘 타격, 그리고 상대 투수를 물고 늘어지는 선구안과 승부욕이 김하성에게는 있었다. 가장 큰 강점은 빠른 발에 공격적인 주루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었다. 파워히터들이 즐비한 샌디에이고에서 어찌보면 리드오프의 적임자가 김하성일 수 있었다.
과연 김하성이 짧은 기간 안에 엄청난 기술적 발전을 이룬 것일까. 그럴 가능성은 많지 않다. 결국 멘탈이다. 김하성 입장에서는 시합을 나가면서도 늘 불안했을 것이다. 안타를 못치면 다음날 기회가 없을 것 같은 느낌에 쫓기고, 방망이로는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압박감에 타석에서 더 위축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1번 타순에 고정 배치되며 심리적인 부분에서 엄청난 안정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프로 세계에서 정말 중요한 요소다. 그렇게 편안하게 방망이를 돌리고, 홈런과 안타가 나오기 시작하면 돈 주고 살 수 없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결국 선수의 잠재력을 알아본 감독과 그 기대에 부응한 선수의 합작품으로 봐야 한다. 감독이 기회를 줬어도, 거기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다면 언제까지 1번 자리가 보장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