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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에 실망했었다" 안경에이스가 되새긴 '그 경기'…맏형의 아픈 속내 [항저우인터뷰]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3-10-05 17:45 | 최종수정 2023-10-05 19:11


"나 자신에 실망했었다" 안경에이스가 되새긴 '그 경기'…맏형의 아픈 속…
5일 중국 항저우 샤오싱 야구장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슈퍼라운드 일본과 경기. 5회 실점 위기를 탈출한 박세웅. 항저우(중국)=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10.05/

[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동생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맏형으로서 책임지고 내려왔어야 했는데…나 자신에 대한 실망을 오늘로서 만회하고자 했다."

'안경에이스' 박세웅이 지난 대만전의 아픈 기억을 돌아봤다.

박세웅은 5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슈퍼라운드 일본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무실점 9K의 완벽투로 한국 대표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대만전 패배 이후 어두워졌던 4회 연속 금메달 도전에도 청신호를 켰다. 류중일호를 기사회생시킨 결정적 호투였다.

하지만 지난 2일 대만전 때만 해도 박세웅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선발 문동주가 4회까지 2실점으로 잘 막았고, 5회 박세웅이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안타와 사사구 2개로 2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한 뒤 교체됐다. 다행히 다음 투수 최지민이 잘 막아 실점은 없었다. 하지만 한국은 이날 8회말 마무리 고우석마저 추가로 2실점하며 0대4로 완패했다.


"나 자신에 실망했었다" 안경에이스가 되새긴 '그 경기'…맏형의 아픈 속…
5일 중국 항저우 샤오싱 야구장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슈퍼라운드 일본과 경기. 1회 실점 위기를 넘긴 박세웅. 항저우(중국)=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10.05/
조별리그를 통해 1승 또는 1패를 안고 슈퍼라운드로 올라오는 현 대회 구조상 자칫 치명적일 수 있는 1패다. 대표팀이 일본전을 한층 더 절실하게 준비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표팀 최고참이자 금메달 실패시 현역으로 입대해야하는 박세웅으로선 한층 더 간절했다.

일본전 승리 후 만난 박세웅은 비로소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154㎞까지 찍힌 직구 구속에 대해 "스피드건이 너무 빠른 것 같다"며 웃는가 하면, 옆에서 인터뷰 중인 노시환에게 장난도 쳤다.

그는 "대만전 5회 끝나고 선수단 미팅이 있었다. 맏형으로서 투수들, 야수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처지지 말고 계속하자, 하나가 되어 이어가자고 강조했다"면서 "그때 나 자신에게 실망했던 부분들을 오늘 경기로 만회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고 강조했다.

류중일호로선 말그대로 '절체절명'의 일본전이었다. 박세웅은 "WBC 때 체코전도 중요성이 엄청났다. (나)균안이한테 '난 왜 이런 경기만 나가냐' 그런 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그런 역할을 하라고 뽑아주신 국가대표다. 최선을 다해 내 역할을 해냈다. 오늘 내가 던지고 승리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며 웃었다.


특히 이날 1회 위기 탈출 직후 강렬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박세웅은 박수를 치는 정도 외에 KBO리그 경기에서 이렇다할 세리머니가 없는 선수다.
"나 자신에 실망했었다" 안경에이스가 되새긴 '그 경기'…맏형의 아픈 속…
5일 중국 항저우 샤오싱 야구장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슈퍼라운드 일본과 경기. 6회 투구를 마치고 동료들을 응원하는 박세웅. 항저우(중국)=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10.05/
그는 "중국전을 보면서 일본 투수들 잘 던지는 걸 알았기 때문에 1~2점차 승부를 예상했었다. 제일 큰 위기였고, '최소 실점'을 다짐했는데 무실점으로 잘 막아서 액션이 커졌다"며 멋쩍어했다.

이제 남은 경기는 6일 중국전, 7일 결승전 또는 3,4위전 뿐이다. 현실적으로 박세웅의 등판은 어렵다.

하지만 박세웅은 "중국전 봤는데 중국이 WBC Œ랑은 좀 다른 팀이 됐더라. 그때 나왔던 선수가 14명이라던데"라며 "이제 2승 남았다. 2승 다 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면서 "학창시절에 이틀 연속 던진적도 있다. 이길 수만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 (마운드든)더그아웃이든 어린 선수들에게 힘이 되는 선배가 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항저우(중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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